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르파트재 Feb 05. 2024

선생님, 도서관에 사시면   안되나요?

와글와글 아이들 강의가 좋은 이유






도서관에서는 여름, 겨울이면 방학특강을 한다.

친절한 도서관중에는 도서관 외부강사를 공개 모집을 시원스럽게 한다.

곳곳에 있는 유망강사들은 공고가 뜨면 저마다 모집분야에 서류를 접수한다.

이력서, 강의계획서, 경력증명서, 해당분야 관련저서 등 증빙서류들을 한 땀 한 땀 열 맞춰 꿰매듯이

그렇게 주렁주렁 엮어서 이메일접수를 하면 띵~동 벨이 울리는 순간이 온다.

벨 너머 '안녕하세요? 00 도서관 사서입니다. 강사모집에 합격하셔서 연락드립니다..... 중략

또는

이메일창에  '겨울방학특강에 유능하신 강사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로 사서의 성향에 따라

전화 또는 이메일로 강사와 첫인사를 나눈다.



어쨌든 24년 1월에 새로운 도서관 2곳에서 강의의뢰가 들어왔다.  

1월 첫 주의 시작을 새로운 첫 번째 도서관 겨울특강으로 문을 활짝 여는 기쁨을 맛보았다.

다행히 집에서 20여분 거리였다.

수업은 5일간 매일 2시간씩 같은 아이들을 만나 다양한 책을 읽고 관련된 수업을 진행했다.

너무도 조용한 아이들. 1~2학년 올라가는 아이들 15명이 모집되었다.

사서는 특별히 겨울특강 강의 중에 내가 맡은 강의가 가장 첫 번째로 마감되어 내심 기분 좋음을

어필했다. '다른 강사님들도 지원을 많이 했지만 강사님의 강의안이 너무 세심하게 짜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라며 솔직하게 표현해 주어 괜스레 기분이 설레었다.


1월 넷째 주에 두 번째 도서관은 집에서 도서관까지 거리가 꽤나 길었다. 50분~60분 거리에  도로비도 만만치 않았고 사실 수업을 가면서도 눈이 내린 다음날은 수업시간에 행여 늦을까 봐 시간을 서둘러 나가야 했다.

강의하는 강사에게는 시간이 생명이다. 5일간 매일 같은 거리를 가면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수업을 나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가슴한구석에 있었는데 마지막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얘들아! 오늘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동화책이 있니?"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전부요~"

"전 ooo책이요"

"다 재미있었어요."

라고 말하며 재잘재잘 함박웃음을 크게 지었다.


아이들에게 오늘이 선생님과 마지막 수업이고, 선생님도 아쉽고 그동안 결석 한 번도 안 하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 주어서 고맙고 앞으로 멋진 꿈을 꾸길 바라는 말을 전했다.


이 지역이 대체로 공부하는 분위기이라 아이들이 차분하고 집중을 잘하고 조용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수업하는 동안도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특별히 분출하는 편이 아니라 아이들의 표현도 아주 잔잔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의 대답이 나를 울컥 감동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했다.

"선생님! 도서관에 계속 사시면 안 되나요?"

"맞아요. 매일매일 수업하고 싶은데 오늘 끝나서 속상해요."


한 아이는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선생님! 5일 동안 수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꾸벅 예의 있게 인사를 하고 갔다.

이번 수업대상은 졸업을 앞둔 유치원아이들이다. 초등학교 신입생인 8살 아이입에서

이렇게 정중하고 마음을 담은 말을 들으니 참 벅차올랐다.


아이들과 마지막수업을 인상 깊게 정성 담아 쏟아내고 운전을 하면서 오는 길에 아이들의 말들이 귓속을

계속 간지럽힌다. 마치 '박물관은 살아있다'처럼 '도서관은 살아있다'를 떠올리며~


즐거움의 끊임없는 샘물인 아이들이 있기에

멀어도,

힘들어도,

아이들의 그 신비로운 능력을 사랑하기에

나의 도서관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는 대로. 7살 아이의 첫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