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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경 Feb 02. 2024

나랑 똑같은 100명으로만 구성된 회사가 있다면?

당신은 당신을 어디까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까?

한번 상상해아 주시겠어요?


100명이 재직 중인 어떤 회사가 있는데, 그곳에 소속된 모든 직무,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지원자님과 똑같은 성격, 똑같은 역량, 똑같은 기준, 똑같은 내면을 가진 분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그 회사는 어떤 모습일요?


대표님부터 대학생 인턴분까지 지원자님과 똑같은 분이라면 그곳은 어떤 분위기 일 것 같고, 어떤 식으로 다들 일을 하고 계실지 상상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팀원들을 채용할 때 면접에서든 커피챗에서든 마지막으로 드렸던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구에게도 답변하거나 설명할 필요없이 혼자서만 상상해보신다면, 머릿속에 어떠한 회사가 그려지시나요?


그리고 입사지원자로서 이런 질문을 받으셨다면 이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주실까요?




전자와 후자의 모습은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단점을 더 빨리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딱 한가지 종류의 사람들로만 이루어 진 큰 집단이 완벽하기도 굉장히 어려울테니 부정적인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실테니까요.

 

하지만 면접이다보니 "생기기도 전에 는 길 밖에 안 보이는데요."같은 답변을 했다가는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비칠 것만 같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완벽할 것 같은데요? 제가 꿈꾸는 삶이에요!"라고 답하려니 무 사회성 없는 나르시스트같아보이지는 않을까 다시 고민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거쳐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은


 "한 사람으로만 구성된 회사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답변은 동문서답입니다.


저는 '한 사람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한가지 타입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걸 다 알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할 줄 아는지 테스트하는 함정 질문이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물론 첫단계에서 바로 의도를 파악하고 날카롭게 답변하시는 경우 제 안에 가산점이 축적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것이 질문의 핵심은 아니었기 때문에 동문서답을 모든 지원자들에게 잘라 아쉬운 결과가 전달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실 수 있도록 다시 질문을 드리곤 했습니다.




상상하신 기업이 완벽할 지, 좋을지 나쁠지를 여쭈어 본 것은 아닙니다. 


"그 기업이 어떤 분위기일 것 같고, 전반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고 계시고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그 상상한 회사를 둘러보면서 묘사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이렇게까지 다시 질문을 드리면, 열심히 모범답안을 생각하시던 분들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장점이 아예 없는 사람도 없기에 '최고일 것 같다.', '아주 별로일 것 같다.'는 좋다 나쁘다 식의 평가는 이 질문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을 깨달으시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상상 속 회사의 특징들을 말씀해주시기 시작합니다.


( ※ 아래는 많은 답변들의 형식을 차용하여 만든 예시문이며, 특정 지원자들의 면접 답변은 아닙니다. )


"다같이 열심히 일하기는 하는데 리더십 있는 리더가 없어서 방향을 못 잡고 다들 열심히만 할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색깔이나 주장이 있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그 빈공간의 모양을 채우는 슬라임 같은 성질의 사람이라서, 다 똑같은 사람이 모였는데 역설적으로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오너십이 있어서 다들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성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들 주장이 강해서 자주 싸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직무에 대한 공부를 엄청 열심히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구성원들끼리는 서로 많이 친하고 엄청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공부나 연구에만 집중해서 시장 위주로 사고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재무적인 부분, 매출에만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매출은 엄청 빨리 내는데 내실이 없어서 오래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가장 솔직한 대답


재미있는 것은,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인가요?'라고 같은 면접에서 다른 질문들을 사이에 여럿 두고 여쭈어보면 굉장히 다른 대답이 나오곤 했습니다.


장점으로는 열정, 성실성, 끈기,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나오고, 단점으로는 '너무 사람에게 약한 것이 단점', '너무 꼼꼼해서 간혹 숲을 못 보는 것이 단점'과 같이 장점으로 포장될 수 있는 단점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반대로 아주 편안한 자리, 그 말이 평가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에 대해 말씀해달라고 요청드리면 단점만 한가득 말씀해주시고 장점은 모르겠다고 하시곤 합니다.


심지어 이 질문에 멋진 답변을 주시고 뽑힌 팀원 분들이 입사하신 후, 솔직히 그 질문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여쭈어보면 다들 '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미 다 망해있어서 둘러볼 수가 없어요.'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나의 장점을 어필해야하는 곳에서 최대한 타자의 시선에서 나를 설명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질문의 의도였기에, 그 회사가 이미 망해있는지 데카콘 기업이 되어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그 기업의 원동력이 되고, 무엇이 그 기업의 장애물이 되는지만이 중요했습니다.


모든 개인은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점은 법과 도덕의 울타리 안에 있다면,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단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우리는 그 단점을 혼자 덮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다른 팀원들이 당신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이고, 당신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다른 팀원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단점에 대해 방어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당신이 우리팀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내가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이러한 마음을 담아 저는 아래와 같은 후속 질문으로 면접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말씀해주신 기업에서 '우리 너무 똑같은 사람들만 있어서 이러한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타입의 사람을 뽑아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당신은 어떠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가장 처음으로 채용하고 싶으신가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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