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도 한명의 동료입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던 그 기분은 시간이 지나자 차차 사그라들었지만 근본적인 힘듦은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못할만한 난이도의 일도 아니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아닌데 머리도 몸도 움직여지질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팀원들 앞에서는 최대한 힘든 것을 참으려고 노력하던 저는 완전히 한계를 느끼고, 그 다음날 팀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거의 물을 담은 포대가 찢어져서 물이 흘러나오듯, 팀원들이 앞에 있는데도 저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큰 잘못을 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하는 소리가 불가항력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정말 여기까지가 한계구나.'라는 생각으로 한심해하고 있을 때, 팀원 한분이 너무나 호쾌한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하경님 저희랑 같이 해요! 저희랑 인턴 분들 공동 육아해요."
"늘 1on1에서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시는데, 그럼 팀장님의 고민은 누가 들어주죠?"
"맞아요. 제가 전에 하경님이 걱정되고 저희 마음까지 불편해진다고 했던 건, 리더로서라기보다는 그냥 우리 중의 한 구성원이 유독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저희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뜻이었어요."
"팀장님도 우리 팀의 한명의 구성원으로서 짐을 좀 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감당할 수 없던 일들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저에게 팀원들은 실망하는 대신 따뜻한 말들과 함께 든든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스스로가 가장 무능하게 쓰러져 버렸을 때, 저는 관리자이고 제가 팀원들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에 몰두해 잊고 있던 사실이 온몸으로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맞아. 나는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의 팀장이었지.
실무적인 부분 외에도 인격적으로도 훨씬 성숙한 믿음직한 팀원들이었는데, 그들보다 못난 내가 왜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했을까?
비유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로 의자에 쓰러지듯 널부러져있던 저는, 팀원들이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팀원들의 손에 일으켜지는 기분은, 이제는 정말 끝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던 기분으로부터 땅위로 쑥 꺼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