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회의를 마치고 저녁 도시락을 나눠주었다. 스시였다. 나는 날 것을 못 먹지만 어머니에 드리면 맛있게 드실 것 같아 가져왔다.
식탁에 앉은 어머니는 "여름엔 회 먹는 것 아니다."라며 찡그리시더니 끝내 색깔이 좋지 않다며 뭐 하러 이런 걸 사 왔냐고 10시부터 6시까지 수업과 회의로 피로해진 내 얼굴에 불평을 쏟아내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엄마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엄마는 입을 다무시고 대신 눈과 귀를 열어줄 TV 앞을 찾아가신다. 한동안 내가 다시 엄마 눈에 띄면 책망의 무한 반복.
화가 나는데, 그럼에도 이미 가진 것,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살려고 하는데, 그래도 오늘처럼 화가 날 때가 있다. 내가 없으면 좀 지나면 엄마는 내가 없으면 안 되시겠다는 생각이 들고......
월요일부터 뇌부종으로 오른쪽 시야가 흐려져 항암주사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 시작한 여행을 좋아했었던 나의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