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요즘같이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봄날에는,
개인의 삶에 촘촘히 얽매어 있는 모든 사회적인 것들을 모두 뒤로 차치해 놓고,
그저 푸르고 드높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 들고
눈을 감고 귀를 열고 호흡을 하며 햇살을 온몸으로 가득 담아보자.
새소리도 듣고, 바람소리도 듣고, 햇살과 바람과 어우러져 촉감도 느끼고.
그런 순간,
그 짧은 순간 동안이라도,
그것이 단지 10초 뿐이더라도
세상의 주인공은 나 임을,
모든 만물이 나를 위해 존재해 있는 듯한 느낌을 애써 부정할 수 없다.
하늘을 향해, 가슴을 활짝 피고, 눈을 감고, 귀를 열고 호흡하며 공기를 들이마시며 자연 속에 몸을 내맡기면, 위안과 사랑이 느껴진다.
너무나 당연한 듯 존재하는
나란 존재를 감싸는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내게 행복을 주고, 위안을 주고, 웃음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 짧은 순간의 여유 조차 지니지 못한채
하루를 바삐 움직이며 힘들어 하고,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고, 안달복달에, 화내고 짜증내고.
내 친구의 모습
내 남편의 모습
우리들의 모습, 바로 내 모습.
어느 유명한 작가가 쓴 글이였는데,
땅은 소유할 수 없어도
아름다운 풍경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음에도,
그 아름다운 풍경을 소유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 밖에 되지 않음을 이야기했던 구절이 갑자기 생각나네.
돌고 돌아 다시 시작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2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몇년 전까지 일을 하고 퇴사를 하고
퇴사를 함에 있어서 시간과 돈을 맞바꾸지 않겠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방향성을 무시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눈을 무시 못하고,
부모님께, 사회에게, 누군가에게 급하게 뭔가를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 아래
그동안 사회 안에서 삶을 살던 원칙들
몸에 베어 있던 효율성 위주의 사고 방식 안에서
급하게 움직여 왔음을 인정,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다.
나는 항상 시작이 뎌디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는지는 모르겠다만,
항상 회사 일도, 적응하기 까지, 자신감이 차기에 시간이 더디게 차올랐고, 거기까지가 항상 힘들었다.
온라인 셀링 일을 할때도, 시작이 언제나 어려웠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주업으로 가져가겠다는 지금의 내 생각도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 보겠다는 지금의 결심도
예전부터 항상 머릿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고 돌아
돌고 돌아
또, 돌고 돌고 돌아
이제서야, 진지하게 해봐야 겠다는 결심이 슬슬 차오르고 있는 중임을 자각한다.
참 신기하다
나의 인생을 마치 누군가가 이미 계획 해 놓은 것 처럼,
후회할 것 없으며, 버릴 것 없으며, 삶의 모든 과정과 배움들이
항상 앞으로의 무엇을 향해 경험되어야 했던 전제들이 되는 것.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하게
이렇게 운명의 삶을 따라 간다.
이러기에, 이런 삶의 흐름이 존재하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여전히 희망차고 기대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삶의 힘겨움 안에 보석이 있는 것이고,
나이들어 감이, 늙어감이 슬픔이기보다 기쁨이자 나로서의 전진이다.
그러기에
마흔살에도, 일흔살에도 소녀일 수 있는 것이고.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