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딴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얼마 전 봤던 예능 영상이 그랬다. 분명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불쑥 장면 하나가 떠오르더니 왜인지 출연진의 대표작과 근황 따위가 궁금해진다. 언제 데뷔를 했는지, 무슨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요즘엔 어떻게 지내는지⋯.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다른 곳에 와있는 나를 발견한다. 딴생각은 알아차리지 못하면 좀처럼 멈추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생각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부르지 않아도 자꾸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그렇다고 찾으면 또 금방 숨어버린다. 아이디어나 고민을 떠올릴 때가 그랬다.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다시 모른척하면 어느샌가 몰래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통 산책을 나가거나 샤워를 할 때면 또다시 불쑥 찾아오곤 했다.
그래 어쩌면 생각은 기다려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신 어떤 생각을 갖고 오는지는 내게 달려있다.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부터 어떤 걸 떠올렸는지까지. 그 주파수에 맞춰 생각은 '생각'을 가져온다.
그래서 얼마 전엔 유튜브에서 몇 개의 채널을 관심 없음 설정으로 지워버렸다. 더 이상 유튜브의 추천으로 내 생각을 채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신 내가 원하는 것들로 주변을 채우고 싶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생각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 편이 딴생각을 대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한다. 그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