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첫 일정-쇤부른 궁전
2024.03.11. MON
여행 첫날 아침 일찍부터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 투어를 신청해 두고는 내심 걱정이 많았다. 장시간 비행 후 저녁무렵에나 도착하고선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게 부모님께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오전 8:30 소집). 하지만 여행이 임박하고야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비엔나의 대부분의 슈퍼마켓이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파트에서 머무는 우리는 생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의외로 우리의 첫 일정은 꼭두새벽의 장보기가 되고 말았다. 지하철역에 위치한 SPAR마켓이 마침 여섯 시 반부터 영업이기에 급한 대로 물과 약간의 빵을 사다가 숙소에 가져다 두고야 온전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후다닥, 피곤하지만 설레는 맘을 안고 쇤부른궁 역으로 출발.
비엔나에서 우리는 주로 트램과 버스를 이용했는데, 링 안쪽은 사실 어지간해선 걸어서 이동해도 무리가 없었다. 대중교통은 미리 한국에서 OBB어플을 깔고, 시티 티켓을 구입해 두었다. 부모님 휴대폰에도 일일이 어플을 깔고, 티켓을 구입해 드리는 게 다소 번거롭기는 했다. 그래도 실물 티켓의 경우 워낙에 펀칭 관련 악명이 높았기에 어차피 할 고생이라면 한국에서 조금이나마 덜고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정말이지 신의 한 수였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비엔나에서만 일주일 가량을 머무를 계획이었으므로 전날 도착시점부터 7일권을 끊어두었고, QR코드를 인식만 하면 되었기에 부모님도 어렵지 않게 이용하셔서 일주일 내내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이곳저곳 쏘다닐 수 있었다.
아무튼! 오전 8시 30분, 드디어 쇤부른 궁 지하철 역에서 가이드 분과 마주한 우리.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말고도 모녀 두 분과 자매 세 분이 함께 하셨는데, 어차피 송수신기를 이용해 움직이다 보니 우르르 몰려다니는 느낌도 전혀 없고, 우리 셋도 올망졸망 모여 따로 또 같이 움직였다.
쇤부른 궁의 오픈 시간은 오전 9시라, 우리는 입구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알고 보니 이른 아침부터 투어가 시작된 이유부터 해서 이 모든 것은 가이드 분의 계략(?)이었는데, 최대한 오픈 시간에 맞춰가서 붐비지 않는 쇤부른 궁전을 구경하고자 함이었다. 월요일인 덕도 있었을 테고, 가이드 분의 계략이 딱 들어맞기도 한 덕분에 우리는 정말 놀랍도록 한산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궁전 내부 자체는 대단히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스토리를 엮어 내부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을 소개해주시는 형태로 가이드가 진행되어 보다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투어로 오지 않았다면 사전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화려하긴 하나, 조금 심심하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 물론 첫 유럽, 첫 관광지였던 부모님께는 이곳은 전혀 다른 의미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나는 쇤부른 궁전에서 좀 정신을 못차린 경향이 있는데, 그건 이날 투어 중간에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리는 빈필 음악회 공연의 취소 티켓이 풀리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든 빈필 공연을 보고 싶었고, 그걸 볼 수만 있다면 쇤부른 궁이고 합스부르크고 다 필요없어엇! 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실은 조마조마한 채로 시계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취소표가 풀리는 오전 9시에 우리는 마침 쇤부른 궁 입장 직전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한 자유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엔나식 이선좌에 손을 몇 번 바들바들 떨기는 하였으나, 어찌어찌 입석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또.
첫 일정인 쇤부른이 계속해서 어수선한 이유는 날씨의 영향도 있었다. 아침부터 내내 흐리던 하늘은 투어 끝무렵에 가서는 제법 굵직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어차피 일정 내내 우기를 조금 끼고 다니는지라, 날씨에 대한 부분은 일부 포기하기는 했다지만, 쇤부른 궁의 외부 풍경은 다시 봐도 조금 아쉽기는 하다.
외부 정원과 하궁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자 추워지기까지 해서, 먼발치에서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여행 프로그램 보면 날 좋은 날 간 사람들은 외부 관람만도 꽤 긴 시간이 걸리는 것 같던데... 하지만 이런 일들은 다 다음을 기약하라고 그런 거지! 하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릴 것. 앞으로 만날 좋은 풍경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제법 빠른 시간 안에 쇤부른 궁전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다 함께 버스를 타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이동했다. 사실 건물 내부 자체보다는 미술 작품을 보는 일이 더 설레었던 나는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생각에 그저 들떴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빈필이라는 큰 숙제를 해결해서일지도)
드디어 클림트!
*한 편에 하루의 기록을 남기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구구절절 말이 많아지는 까닭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