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한

by 비누방울



구원자 심리란 게 얼마나 옹졸한지 요즘 들어 새삼 다시 느꼈다.

아, 나의 옹졸함을 느끼게 된 이야기이다.




아르바이트하는 매장에서 한 친구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직원과의 얘기에서 안 좋은 피드백을 들은 것이다. 처음에 그 얘기가 궁금했다. 나중엔 그녀를 도와준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들었나 보다. 결국엔 힘들어하는 그녀보다 내가 더 일도 잘하고 한 수 위라며 그녀를 도와줘야 한다는 위선적인 마음이 들었다. 사실 도와줄 마음보다는 나도 나쁜 피드백을 들을까 걱정했으니, 위선적이었다.


근데 그녀는 보란 듯이 잘 헤쳐나가고 있다. 시킨 일을 묵묵히 한다. 매장의 손님들을 나를 대신해 응대할 때도 많았다. 그녀의 셀링을 홀린 듯 듣는 고객을 보며, 내심 그 고객이 나를 바라볼 때의 시선과 비교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아가 그 고객이 날 어떻게 볼까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묵묵한 성실함이 직원들에게 빛을 발했다. 피드백을 준 직원이 아닌 다른 직원들이 그녀의 정리 솜씨를 보고 감탄했다.


옹졸한 내 마음은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나는 패배감이 들었다.


그리고 옹졸한 마음은 그녀의 몇 마디로 산산조각 났다.


그녀와 나와의 카톡에서

'저는 비눗방울님이 매장에 있어서 너무 좋아요 '

철썩.

나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혼자만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구원자 심리에 심취해 있다가

패배감을 느끼고

마지막은 어리석음으로 장식했다.




예전에는 이런 마음을 애인에게 친구에게 자주 가졌다. 돌이켜 보면 내 자존감이 바닥이 날수록, 타인을 누르고 올라가 나의 자존감을 위로 치켜세우는 것 같다. 내가 누른 사람이 다시 나를 누르면 그땐 폭발하고 다시 나도 무너진다. 누를 타인이 없어지니까. 아니면 타인을 누르기 위해 끊임없이 그를 낮추던가. 양심에 찔려 그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내 마음과 친해지며 나의 보기 싫은 모습도 같이 들여다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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