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작은 세상
"여기는 대전역입니다."를 시작으로 총 열네 편의 작은 세상을 보았다. 그중 일부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고, 또 어떤 세상은 진짜 함께 하고 싶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세상도 있었다.
내가 말하는 세상이란, 공간과 시간이 모두 포함한 총체적인 그 '무엇'을 말하고 싶음이었다. 이곳이 좋으니 이곳에 와보세요가 아닌, 매일매일 시간 속에서 치여서 사는 우리가 아닌, 때로는 조금 다른 곳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그래서 삶에 있어서 다른 라임을 갖기를 바라는 취지였었다.
하지만 나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나의 글들은 허공을 떠돈 것을 인정한다. 나는 나의 글들이 꽤 빗나가 있음을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굳이 다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어때.... 이 것도 또한 다른 세상이지 않아??'라는 고집도 존재하였다.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길지만, 나는 지난 두 달이 안 되는 동안 총 6번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세 번 왕복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조금 있으면 제주로 이주를 하게 되고 제주 사람으로 몇 년을 살아가야 한다.
제주로의 이주가 확정되었을 때,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 아래, 제주에서 마주하게 될 세상을 만들까...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세상과 앞으로 내가 바라볼 세상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 하에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정말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선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과정을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이 번 제주로의 이주는 그런 생각을 더 깊게 만들었다.
어떤 이는 제주를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지만, 또 어떤 이는 제주가 삶의 터전이자 삶의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같은 공간이라도 같은 시간이라도 바라보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이 하나 있다.
일상에 매달린 어떤 이의 팔 사진이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매일 반복되는 이런 모습이 내게는 인상 깊게 가슴속으로 들어와 한참을 내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팔 사진에 불과하지만 저 팔 하나로 인해서 어떤 이는 삶을 잠시나마 지탱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도 인식해 주기를 바랐던 사진이다.
나의 세상은 이제 저렇게 손잡이가 죽 달린 그리고 사람이 가득한 전철 안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곳으로의 장소로 이동을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또 다른 시선으로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우고 볼 것이다.
세상을 보는 방법은 내가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도와준 첫 글이자 창구였다. 그리하여 나는 매주 만났던 세상을 또 새로이 만나는 기회를 갖았었던 것 같다.
끝으로 마지막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어쩌면 주제 없는 여행기의 일부분이었기에 그 감사가 더 크다. 부디 앞으로는 더 성숙한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의 마지막 시선을 덮는다.
2024년 6월 16일
글, 사진 고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