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빔국수와 굴국밥보쌈(서판교), 빈대떡신사 모은정(오리)
24 절기 중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이다. 실제로 남해에서 10월 초부터 생산량을 채집하고 전국에 올해 싱싱한 굴이 풀리는 건 11월 초부터. 이제 슬슬 주변의 지인들의 밥상 위에 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싱싱한 굴은 마그네슘이 풍부한 리커버리 음식 중 하나. 근육 경련이 일어날 때 굴도 특효약으로서 작용한다는 뜻. 하지만 그 구수하고 비릿한 굴 향이 나는 좋다.
오늘은 굴로 만든 음식을 즐겨야겠다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굴 요리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생굴. 향긋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겐 그렇게 밀키 하게 느껴지는 굴. 생굴이다. 멀 더 바라나. 생굴은 유통지에서 바로 사서 바로 그날 취하는 게 좋다. 해서 마트를 다녀올 때면 겨울철엔 항상 한 봉지 카트에 쓰윽 밀어놓고 딴청을 부린다. 우리 집에선 나만 즐기는 음식이랄까. 신선한 바다 비린내가 아직 아내와 딸에게는 무리인 듯.
두 번째는 굴국밥. 국밥 중에서도 향긋한 바다향내 충만한 국밥. 미역과 굴을 푹 삶아 낸 맑은 국물. 거기에 밥을 넣고 함께 끓이면 조금 더 탁해지는데 나는 이때의 탁한 국물이 좋다. 하지만 초겨울 생산되는 굴의 향을 그대로 즐기고 싶어 오늘은 맑은 국물에 국밥이 먹고 싶어 이 집을 가야겠다 싶었다. 국밥을 끓이기 전 이야기하지 않으면 밥을 빼고 끓여준다.
세 번째는 굴전. 본시 튀김류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튀김의 식감보다는 전의 말랑함이 내겐 원재료 굴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에 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집에서 백만 년 만에 한 번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이 음식이 오늘 나를 당긴다.
이 음식 세 가지를 제대로 한 집에서 하는 곳을 안타깝지만 아직 본 적이 없다. 여러 굴 전문 집이 있지만 원재료는 재료일 뿐. 요리 실력은 각기 달라 충족 수준이 아니다. 해서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 조금 돌아본다.
자 우선,
식사 전후 액티비티
획고: 134m, 거리 30.81km. 월간 누적거리: 103.61km
소모칼로리: 815kcal
라이딩 러닝 타임: 1시간 40분
주요 코스: 죽전 - 이매 방아교 - 서판교 - 리버스 - 오리 - 죽전
기온: 최고 20도, 최저 11도, 출발온도 14도
날씨: 맑음
바람: 북서 1ms
미세먼지: 좋음, 초미세먼지: 좋음, 자외선: 좋음
복장: 지로 헬멧, 스파이더 져지, 유니클로 바막/롱팬츠, 알바옵틱스 고글, 스파이더 얼반 슈즈
퇴근시각 움직여서 오늘은 U8 라이트를 프런트 마운트에 올리고 출발. 돌아오는 길 오리에 들러 테이크아웃 픽업까지 고려해서 오늘은 투어 백까지 장착했다. 이제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하지만 깊어가는 가을의 노을은 페달링 하는 내 마음의 힐링 제곱근. 여유로운 페달링이라고 하고 발은 백조의 호수처럼 쉬지 않는 발길질이니까. 때때로 불어오는 강한 서풍에 잠시 전기자전거 타고 앞서가는 이의 피를 빨아 해결하자. 아 배고프기 시작한다.
운동 중 리커버리를 위한 오늘의 맛집 - 장비빔국수와 굴국밥보쌈
수원 본점으로 시작해서 화성, 안성, 판교와 미금까지 총 다섯 개의 분점을 운영 중인 브랜드. 분당서판교점은 사진처럼 밖이 보이고 데크로 마감되어 있어 브롬톤 세워두고 식사하기에 최적이다.
사실 비빔국수도 맛있긴 하지만 내 식감엔 잘 마았지 않는 시큼한 맛이 강한 터라 굴국밥을 즐길 때 편히 가는 집. 두둑이 넣은 굴은 기본이고, 풍성한 콩나물, 부추, 미나리, 송송 썰어 넣은 파가 식감 좋게 푹 고아 나온다. 뚝배기의 뜨거운 김이 사라지지 않고 팔팔하게 굴의 향을 안고 올라온다. 계속해서 굴의 향을 즐기기에 좋은 맛. 말이 머가 필요하겠는가. 사진으로 보자.
다 먹고 난 뒤 남은 뚝배기의 국물을 보라. 꽤 탁해졌다. 밥을 말아먹은 결과다. 쌀알의 눈과 아밀라아제가 잘 섞여 나온 색. 든든히 들이키고 리턴한다. 어느덧 어두워졌고 탄천의 가로등만이 쓸쓸한 늦가을을 보내려 한다.
자, 집으로 향하는 길. 그냥 들어가기 아쉽다. 두 번째 음식을 미리 전화로 주문해 두고 테이크아웃 하러 간다.
운동 중 리커버리를 위한 오늘의 맛집 2 - 빈대떡신사 모은정
한 마디로 전을 이 집처럼 잘 지지는 집을 본 적이 없다. 전에 있어서는 원탑으로 꼽는 집이다. 집에서 멀지 않아 더욱 행복한 음식점. 20년이 넘은 이 집에, 최근 비슷하게 흉내만 내는 점이 죽전에 오픈했고, 노래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보니 서울경기를 비로 여러 같은 이름을 가진 집이 나오다 보니 분점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단 하나의 분점도 내지 않으셨다.
해서 최근 메뉴도 차별화할 겸 몇 가지 점심 식사 - 원래 20여 년 전부터 1대 할머니께서 오후 3시부터만 영업했었다. 이제 아들이 2대로 물려받아 운영한다. - 메뉴를 신설하고 상호도 바꾸었다.
이 집의 굴전의 특징은 두툼하다는 것. 그리고 굴이 하나가 아닌 두세 개를 겹쳐서 두껍게 지진다. 해서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굴의 향이 오롯이 느껴진다는 것. 이런 전을 본 적이 있나!
그 옛날 국민학생 시절 홀로 삼 남매를 키우시던 어머니는 주말만 되면 내게 5천 원을 쥐어주시며 말씀하셨다.
'얼른 뛰어가 돼지고기 한 근만 갈아오너라.'
나는 너무 좋아 군소리 없이 달려갔다. 어머니는 퍼뜩 다녀온 돼지고기를 가지고 양파를 섞고 밀가루를 개어 반죽을 만들고 고기 완자전을 해주시며 우리 삼 남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햄버거다. 먹자.'
그렇다. 우리에겐 추억의 음식 고기완자 햄버거다. 내겐 이 집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고기완자전이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느껴지는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한 입 베어 문 아내가 내게 그랬다. 맛. 이. 있. 어!
집에 들어오는 길 지평 막걸리 한 통을 사 왔다. 한 통이면 함께 즐기기에 충분하다.
깊어가는 가을. 굴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내게 또 행복한 힐링의 계절이다. 브롬톤은 그렇게 추운 날에도 맛집과 함께 하기에 더욱 즐겁다.
자 다음 브롬톤 라이딩 맛집은 어디일까?
(유의사항: 맛집 방문은 포스팅 당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 방문일과 대략 2~3주 정도 텀이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