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며느리 단식 후기
한 달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합숙 종료 후 새 학기 준비 기간에 돌입했다.
마침 남편이 시어머니 모시고 서울로 며칠 올라가 있다가 내려온다니 절호의 기회였다.
쨍한 두뇌활동을 위해 일요일 저녁부터 일주일간 단식을 시도했다. (결국 단식 5일로 끝났지만 ㅋ)
2021. 2. 15. 월요일. 단식 2일 차
물과 커피, 소금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고파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낼까 봐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감정보다 이성이 앞섰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미루곤 했는데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바로 읽어주었다.
2021.2.16. 화요일. 단식 3일 차
단식을 하면 정말 정신이 또렷해지는가?
평소와 똑같은 기상. 새벽 4시.
중간에 한번 정도 살짝 졸고 무난하게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아티스트웨이란 책을 읽고 쓰기 시작한 모닝페이지가 벌써 281번째다.
모닝페이지는 A4용지 한 장 가득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게 되고 눈뜨자마자 아무런 여과 없이 내 생각에서 나온 생각들이라 처음엔 거칠기 그지없었지만 어느 순간 평온을 되찾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과 대면할 수 있게 된다.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서 책 보다가, 연수 듣다가, 프로젝트 정리하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유독 배고픔이 안 느껴진다는 것 외엔 별다른 점이 없었다.
알고 보면 내가 바로 단식의 고수???
아까 단식 41시간째에 뱃속에서 천둥이 한번 치더니 배고픔이 파도처럼 쫘악~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눈이 갑자기 많이 온다.
이번에 일주일 단식 성공하면 가끔 몇 달에 한 번씩 해볼 만하지 않나.. 란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 쓸 일 있거나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단식에 돌입? ㅋㅋ
머리가 띵~ 할 때마다 소금을 조금씩 먹고 있는데 다행히 어지럽거나 하진 않았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오늘도 무사히 지나갈 듯.
단식 4일 차_학교 출근
새벽 3시에 잠깐 눈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4시에 기상.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주방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바로 나가 보았다.
남편이 서울에서 이제 막 도착했다.
서울 다녀온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시간이 조금 흘러 조금 늦게 모닝루틴이 시작되었다.
공복에 따뜻한 물 마시기, 기도 및 미덕카드 필사하기, 성경책 읽기, 하루 한 장 글쓰기(모닝페이지), 틈새독서, 영어원서 읽기, 베껴쓰기, 외국어공부하기(중국어)...
단식 4일 차 모닝 컨디션은 괜찮았다.
오늘은 학교 출근일이다.
단식 중 출근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무리 없이 시간을 보냈다. (단식이 처음이라면 반드시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곳에서 시도해야 한다.)
아침에 학교까지 20분 정도 걸어갔다.
날은 춥지, 마스크 쓰고 있어서 숨은 쉬기 어렵지, 가방에 책은 무겁지...
학교에 거의 도착할 때쯤 살짝 어지러운 것 같아서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소금을 들이켰다.
하아.. 분명 공부 많이 하고 도전하는 단식인데도...
첫 경험이다 보니.. 두렵긴 하네 ^^:;
단식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들이 자꾸 떠오르면서...
이거 내 몸뚱이니까 실험하지.. 다른 사람이면 절대 못 시킨다 ㅠㅠ
학교 와서 점심시간에 다른 선생님들이 도시락 꺼내서 드실 때... 음식 냄새 맡으니까 살짝 배가 고팠으나...
소금물 한 잔 들이켜니 배고픔은 바로 사라졌다.
그 뒤로 계속 평온한 상태 유지.
중간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잠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이게 스트레스 때문인지, 소금이 부족해서인지, 단식 때문인지 모르겠다 ㅠㅠ
지금 금식 이후 인슐린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슐린 수준을 늦추는 것은 자가소모(오토파지)를 발동시키거나 염증을 감소시킨단다!!!
내 몸에 쌓여 있는 염증들아 사라져 다오!!!
가만.. 내가 비염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았는데... 이거 낫는 거 아냐? ㅋㅋㅋ
여러모로 도전해 볼 만한 프로젝트인 것 같아 혼자 뿌듯해했다.
단식 5일 차_단식 끝!
희한하게 오늘도 새벽 3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저녁엔 기진맥진해서 거의 9~10시에 잠듦)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새벽 4시에 다시 일어났다.
하아.. 일어나는데 어찌나 몸이 무겁던지 ㅠ
아니 속이 안 좋다고 해야 하나? 원래 저혈압이 있어서인지.. 단식의 영향인 건지.. 영 기분이 별로였다.
임신했을 때의 메슥거림이랄까? ㅠㅠ 일단 물! 물! 물을 마시자!!!
간신히 모닝페이지도 쓰고, 소금물을 조금 마셨으나 여전히 속이 메슥거리길래...
모닝루틴 중단하고 기대 누워서 핸드폰을 갖고 놀았다 ㅋㅋㅋ
오랜만에 인터넷 쇼핑하니까 좋기도 하네~ ㅎㅎ
남편이 3년 만에 복직하는 거라, 뭔가 무기를 장착해 주고 싶어서 갤럭시 탭 S7+를 과감히 질렀다!
아하하하하~ 난 통 큰 와이프다.
내가 갖고 싶어서 사는 게 절대 아니다. 요즘은 블렌디드 수업이 대세라 이런 무기 하나쯤은 장착해야 한다고!!!
단식 후 보식의 기록
3일 이상의 단식이 끝나면 반드시 보식기간을 가져야 한다. 본인의 소화력을 봐서 천천히 음식을 시작해야 함. +ㅁ+
남편한테 부탁해서 냉장고에 해동시켜 놓은 사골 하나 끓이라고 해서 오전 8시, 단식을 깨고 사골국을 들이켰다.
다행히 메슥거리는 증상은 바로 없어지고 소화도 시키는 것 같았다.
확실히 뭐가 들어가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점심에도 사골국에 시금치나물 갈아서 먹으려고 계획했으나...
왠지 내 소화력이면 뭐든 소화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견과류를 꺼내서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었는데...
세상에 ㅠㅠ 왜 이렇게 맛있니 ㅠㅠㅠ 완전 별나라 맛이었다는 ㅠㅠㅠㅠ
거기에 이어서 시금치나물에 들기름 들이붓고 소금 넣어서 그냥 그대로 씹어 먹었다. ㅋㅋㅋ
이미 입이 터진 듯 ㅋㅋㅋ
남은 사골국 완샷!
오후에 바나나도 한 개 냠냠 ㅎㅎ
이렇게 단식이 완전히 끝났나 싶었으나 단식하면서 소화효소가 없어졌기 때문에 확실히 음식 소화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뱃속이 꾸르륵거리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뭐.. 조금 더 조심히 먹으면 되지 않을까?
아쉽지만.. 저녁은 더 클린 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후에 재스민 향 목욕제 뿌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이제야 좀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속의 오래된 세포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새로운 세포들이 새겨났을까?
왠지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얼굴 선도 정리된 느낌이랄까? ㅋㅋㅋㅋ
총몸무게는 원래 크게 의의를 두지 않지만 대략 2킬로 정도 빠진 것 같은데...
아, 키토래쉬(피부발진)가 올라와서 살짝 걱정이긴 하다 ㅠ
이것도 차차 적응되겠지 뭐. ㅋ
안녕하세요? 콩소여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콩스테이 기적의 식단 1,2”를 쓰면서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한번 다이어트 의지를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전공자가 음식과 영양에 관한 글을 함부로 써도 되는지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최대한 보고, 듣고, 경험한 것 위주로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저의 부족한 첫 번째 브런치북 “콩스테이 기적의 식단 1,2”를 읽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 구독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브런치북에서 삶을 나누는 글쓰기가 계속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