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내리다
시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내가 지원해서 시작한 시어머니 저탄고지, 키토,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프로젝트가 어제부로 마무리되고 오늘 어머니가 서울로 복귀하셨다.
신랑이 모시고 올라갔기 때문에 오늘, 내일 나만의 자유시간이 보상으로 주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진짜 하루 두 끼 새로운 메뉴 고민하랴, 시간 안에 만들랴, (만들면서 애들밥도 챙기랴), 키토제닉, 저탄고지에 대해 공부하랴, 초반엔 어머니와 하루 한 번 운동하러 나가랴(나중엔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어머니만 나가심 ㅋㅋ), 심심하실까 봐 보드게임 한판씩 하랴(이건 나중에 나도 너무 재미있어서 모두 다 같이 중독됨 ㅋㅋ)...
다이어트지만.. 또 연세도 있고 지병도 있으신 어머니를 위한 맞춤식 건강 식단을 이래저래 생각하면서 부담도 크고, 그렇지만 마냥 고민만 할 수도 없고 뭐든 해야만 하는.. 아무튼 한 달 동안 고생 많았다! 나 자신아! ㅋㅋㅋ
이거 2일 자유시간이 아니라 2박 3일 솔캠이라도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호캉스라도? 아이들은 두고 같으니 엄연히 혼자만의 시간은 아닌데... ^^;;;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나도 배운 것도 많고 추억도 많이 생기고 오히려 도움도 많이 받고~ 너무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게 결과!!!
입소하실 당시 어머니 체중보다 3.5킬로그램 감량? ㅋ 허리둘레도 조금 감소하고 ㅋㅋ 그러나 사실 체중보다 내가 더 신경 쓴 건 기침인데... 기침이 완전히 낫지를 않아서 그건 너무너무 아쉬웠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몇 개월 후 어느 날 갑자기 기침이 사라졌다.) 벌써 1년째 기침을 하고 계신데.. 양약 알레르기가 있으셔서 항생제도 제대로 못쓰시고, 그냥 소염제로 간신히 버티시는데... 기침이 심해서 밤에 잠을 못 주무실 정도? 그러니 계속 생활 바이오리듬이 깨져 먹는 건 더 당기고 살은 찌고... 악순환이 되고 있던 찰나에 대전으로 모시고 내려와 키토제닉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과감하게 실행한 것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드시던 소염제를 드시면서 키토를 하니까 기침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보였으나 소염제 끊고 다시 기침이 심해졌다. 4주 차에 살짝 좋아졌나? 긴가민가한 상황이다. 그래도 소변이 자주 마려웠던 것, 아침에 눈뜨면 눈 주위에 실같이 뭐가 막 나오던 것, 3시간 통잠 주무시는 것... 이것저것 소소하게 좋아진 부분들이 조금씩 있다.
처음 일주일 엄격한 식단관리를 하면서 나도 나름 ‘힐링캠프’ 키토 원장님으로써 ㅋㅋ 모범을 보이고자 엄격하게 먹었더니 덩달아 3킬로그램이 훅 빠졌는데 힘들어서 몰래몰래(?) 더 주워 먹었더니 ㅋㅋㅋ 다시 고대로 쪘다. ㅋㅋㅋ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몸을 좀 만들고 싶어서 바로 이어서 프로젝트를 또 하나 계획했다! 바로 일주일 단식 프로젝트 ㅋㅋㅋㅋㅋ
어머니가 서울로 돌아가시고 바로 단식을 시작했다.
남편 없이 집에서 아이들 밥만 차려주며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티는 거다!
어째 시기적으로 단식 투쟁하는 며느리 같아 보이잖아? ㅋㅋㅋㅋ
키토제닉, 저탄고지 공부하면서 단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역사 속 여타 뛰어난 지식인들이 단식을 그렇게 열렬히 지지했다고? ㅋㅋ 단식은 가장 좋은 치료법이자 내면의 의사라며, 모든 의약품 중 최고는 휴식과 단식이라니... 안 해볼 수가 있는가? ㅋㅋㅋ
1년간 간헐적 단식으로 약간의 자신감 플러스 얼마 전에 20시간 단식 도전 성공으로 이번엔 일주일 단식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단식은 몸상태가 가장 좋을 때 하는 거라고 한다. 지금 컨디션도 괜찮아서 도전! 오늘부터 (사실상 어제저녁부터) 단식하면서 내 몸의 변화를 잘 관찰해 봐야겠다. 내 몸 갖고 하는 프로젝트가 가장 맘 편하고 좋다. ㅋㅋ 사실 시어머니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는 너무 책임감이 막중했다고!!! ㅋㅋ 암튼 다시 한번 고생 많았다 ㅋㅋ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
40년 평생을 다이어트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절제했고, 하루 종일 먹고 싶은 음식 생각만 하며 살았다. 주로 먹고 싶은 음식은 과자, 빵, 아이스크림이었다. 어른이 되어서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마음대로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거였다. 마트에서 과자만 한 아름 사다가 돌아올 때의 설렘이란! 그러나 늘 먹고 나면 더부룩한 속과 후회만 남았다. 그렇게 먹고 싶어서 참고 참다가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함이란! 절제 없이 먹는 음식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늘 먹을 때마다 죄책감을 동반했고 순간에 먹는 즐거움 뒤엔 긴 후회만이 남을 뿐이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 <최강의 식사>란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그런 다이어트 책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읽기 시작했으나 점점 빠져들어 관련분야 책을 50여 권은 넘게 읽었다. 책에서 언급하는 ‘완전무결한 상태’가 강렬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짧은 수면만으로 활력이 넘치고 최소한의 운동만으로 살이 빠지며, 생애 최초로 머릿속의 전구에 불이 켜져서 가장 강력하고 맑은 자아를 느끼는 상태. 두 번 다시 공복이나 에너지 고갈, 식욕 탓에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해질까? 이렇게 키토제닉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미즈노 남보쿠의 <소식주의자>에서는 ‘봉황은 물 이외에 다른 것을 먹지 않는다’란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커다란 부와 명예를 이룬 사람은 모두 절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항상 정신을 맑게 유지하며,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항상 소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란 것.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바로 이런 소식을 위한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저탄고지에 입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키토제닉 다이어트 외에 또 한 가지 간헐적 단식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제이슨 펑, 지미무어의 <독소를 비우는 몸>에서는 역사 속 뛰어난 지성인들의 단식 사랑이 나온다. 스위스 의사이지 독성학의 창시자인 파라켈수스(1493~1541)는 “투약이 독을 만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발견은 의학에 혁명을 일으켰는데 외과 군의관이었던 그는 소의 배설물을 상처에 바르는 오래된 관행을 거부하며 환부를 청결하고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당시 통용했던 사혈 요법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는 대신 임상 진단과 구체적인 치료법을 개척했다. 뛰어나고 혁신적인 과학자였던 그는 또한 “단식은 가장 좋은 치료법이자 내면의 의사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건국 공신 중의 한 명인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은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한 지식을 지닌 인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자신의 천재성을 의학 분야로까지 확장하면서 그는 “모든 의약품 중 최고는 휴식과 단식이다”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철학자 중 한 사람인 마크트웨인(1835~1910)은 “아픈 사람에게는 최고의 약과 최고의 의사보다 약간의 굶주림이 더 나을 수 있다”라고 썼다.
키토식과 간헐적 단식이 결합하면 우리는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키토식을 ‘언제 먹을 것인가?’는 간헐적 단식을 따르는 식단을 키토 단식이라고 한다. 이 두 다이어트는 모두 ‘인슐린 저항성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해야 우리 몸은 저장된 지방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식사할 때 인슐린을 가장 많이 자극하는 당분과 탄수화물을 줄여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반면 간헐적 단식은 하루 중에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서 인슐린이 자극되는 시간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인슐린 자극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키토 단식을 해온 지 벌써 2년 8개월째이다. 엄격하게 지키지 않고 어느 정도 치팅을 허용하는 것을 더티 키토라고 한다. 그동안 클린식과 더티 키토를 왔다 갔다 해 온 것 같다. 이 식단의 최대 단점이라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게 조금 괴롭다는 것만 빼고는 대체로 만족한다. 특히 공복시간에 활력이 넘치는 점과 음식 생각에서 해방되어 주어진 시간이 조금 더 많이 졌다는 점에서 나만의 시간 확보에도 유리했다. 내 몸에 관심이 켜져서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꼼꼼히 살피게 되었고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서 주로 식단으로 삼는다. 그리고 물론 가끔 치팅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즐긴다. 다시 클린식으로 돌아가면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온다는 데이터가 내 믿음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만 먹으면 살찔까 두렵고,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억지로 먹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 굶었다가 먹으면 다 맛있다. 양상추 한 조각에서 오는 아삭함과 달콤함, 닭가슴살에서 입안 가득히 퍼지는 뻑뻑하고 묵직한 고기의 풍미. 매일 내가 식사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다. 누가 나에게 어디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냐고 물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키토 단식! 음식에 대해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