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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윤정 Aug 23. 2020

풍성한 세상의 비밀

레몬 (2)

"자연의 모든 것에는 놀라운 무언가가 있다. 

(In all things of nature there is something of the marvelous.)" - 아리스토텔레스


어떻게 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홈스테드 (Homestead)를 할 수 있을까? 채소를 키우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채소 키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모종을 파는 시즌이 지났으니, 먼저 씨를 발아시켜서 모종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빨리 모종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레몬 씨를 먼저 시도해보려고 씨앗의 껍질을 벗긴 후 물에 적신 페이퍼 타월에 싸서 집락 백에 넣은 후 햇빛이 안 드는 부엌 싱크대 밑에 놓은 그 날, 수경재배 (hydroponics)로 야채를 키우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수경재배 기구를 싸게 세일하는 곳이 있어 주문했다. 발아를 시켜 수경재배 기구가 도착하면 그곳에 옮겨 빨리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 마음이 먼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열흘쯤 지나 수경재배 기구가 도착했다. 당장 박스를 열어 조립해 햇빛 잘 드는 부엌 창가에 놓은 후, 발아를 시도한 레몬 씨를 꺼내 보았다. 한 레몬에서 수십 개의 씨를 발라내어 발아를 시도했는데 그중에 반 정도가 뿌리가 조금 자라 있었다. 뿌리가 자란 씨들을 수경재배용 컵에 담아 기구에 하나씩 놓아주고 물에 영양분을 부은 후 모터를 가동했다.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작은 개울가에 나와 앉은 것처럼 경쾌하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가 물 흐르는 소리에 씨앗이 얼마나 자랐나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곤 한다.

한 일주일쯤 지나 한 씨앗에서 첫 번째 잎이 나왔다. 두 손을 벌리듯  솟아 나온 자그마한, 초록 잎 두 장은 갓난아이처럼 경이로웠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그 옆의 씨도 싹을 내었고, 하루 전에 나온 싹은 큰 형님처럼 훨씬 커 보였다. 같은 날, 씨를 심었어도 제각기 크는 속도가 달라 날마다 하나둘씩 싹을 내었는데, 며칠 뒤에 보니 변종이 나왔다. 두 잎이 아닌 세 잎의 새싹이 나온 것이다. 분명히 한 레몬에서 꺼낸 씨로 모두 같은 환경에서  키웠는데 어떻게 이것은 세 잎의 싹이 나왔을까. 포이즌 아이비, 독 옻나무처럼 독성의 식물은 세 잎인 것이 많아 “세 잎이면 건드리지 마라 (Leaves of three, let them be!)”고 하는데 설마 독성은 아니겠지?!

1. 수경재배 기구 2. 뿌리가 나온 레몬 씨를 심은지 열흘만에 첫 새싹이 나왔다. 3. 세 잎을 달고 나온 새싹


변이가 된 세 잎의 레몬 새싹을 보며 다윈의 <종의 기원>이 생각이 났다. 퇴비를 만들며 지렁이가 음식쓰레기를 먹고 배설해 분변토를 만들어 땅을 비옥하게 한다는 것을 찾아본 후, 1881년에 다윈이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소와 각종 풀, 꽃을 찾아보고 관찰하며 지내는 요즘 나는 종종 다윈의 삶을 생각하곤 한다. 그는 내과 의사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의대에 들어갔다가 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의사를 포기했다는데,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던 엄마를 위해 의사가 될까 생각을 했었지만 쥐와 벌레를 죽도록 무서워해서 엄두를 못 냈던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대를 중퇴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3년간 신학 공부를 했지만, 동·식물 관찰을 즐기고 이에 관심 있던 그는 지질탐사에 참가해 5년간 남미와 호주 등을 다니며 지질 조사와 동·식물 공부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종의 기원>을 썼다. 1839년에 초안을 완성했지만, 첫 출판은 20년이 지나 1859년에 이루어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은 1872년에 출간된 여섯 번째이다. 첫 출판 후, 개정판마다 조금씩 내용이 추가되었는데 여섯 번째 출판엔 책의 제목이 <종의 기원에 관하여 (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종의 기원>으로 바뀌고 책의 맨 마지막 문단에 한 구절이 추가되었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창조주에 의해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그의 첫 출판에는 첫 숨결이 누구에 의해 불어넣어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여섯 번째 출판엔 ‘창조주에 의해 (by the Creator)’가 추가되었다. 한 레몬에 수십 개의 씨를 품고 있고 이렇게 변종이 나오는 것을 보니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는 그의 관찰의 결론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조그마한 씨와 새싹을 보며 생명은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 더 풍성한 세상을 만들어내도록 설계한 창조주에게 어찌 감탄과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 잎의 레몬은 두 잎의 레몬과 어떻게 다를까? 또다시 나의 기다림은 시작된다. 


<화초와 나무의 번식 방법>

1. 종자 번식 (Sexual Propagation)

꽃가루 (수컷)와 난자 (암컷)의 결합을 통해 씨앗을 생성, 씨앗을 뿌려 번식하는 방법. 

씨앗이 발아하려면 온도(온대식물 10℃, 열대식물 25℃), 수분(60∼70%), 산소(5∼10%)가 필요하며 씨앗(예: 상추)에 따라 빛이 추가로 필요.

종자 번식의 장점은 빠른 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교배에 의한 변이로 우량종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씨앗에 대하여: 수분 (Pollination) 방식에 따른 채소 분류:  

1) 자가수분: 콩 종류, 상추, 토마토 등

2) 바람에 의한 교차 수분: 옥수수, 시금치, 비트 등

3) 곤충에 의한 교차 수분: 아스파라거스, 양파, 당근, 샐러리, 파슬리, 브로콜리, 배추, 오이, 수박, 가지, 고추, 호박 등등

대부분 채소의 잘 저장된 씨앗은 수년간 (3~5년) 생명력을 지닌단다.


2. 영양번식 (Asexual Propagation)

씨앗이 아니라 식물체 일부(잎, 줄기, 뿌리)인 영양 기관으로 번식

1) 꺾꽂이 (Cuttings)

2) 포기 나눔 (Division)

3) 분구 (Separation)

4) 접목 (Grafting)

5) 취목 (Layering)

자세한 자료 참조: https://extension.umaine.edu/gardening/manual/propagation/plant-propag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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