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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하노이, 다시 안녕

2025 베트남 여행 #6

by 북믈리에 릴리 Feb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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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겨울 휴가 계획을 짜면서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는데 '하노이에 며칠 더 머무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행여 남편이 서운해할까 봐 몇 번을 고민했지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하노이에 며칠 더 있다 오면 안 돼?" 남편의 얼굴에 놀람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해. 얼마나?" 

남편이 먼저 귀국하고 아이들과 나는 3일을 더 머무는 것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잘한 걸까? 아이들하고만 잘 지내고, 귀국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가게 된 하노이에 좀 더 여유롭게 머무르고 싶었다. 


남편은 서울로 돌아가고 아이들과 보내는 하노이 여행. 

다시 가고 싶었던 호안끼엠호수를 찾았다. 이번에 <초록빛 호수의 황금거북>을 AI그림책으로 만들면서 호안끼엠 호수의 전설을 소책자로 만들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작가가 되어 자신의 책을 들고 그곳에 가는 기분을 어떨까?' 생각만으로 벅찬기분이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사진에 진심인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복궁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는 사람들처럼 호수 근처에는 아오자이를 차려입고 반사판까지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하노이를 생각하며 다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호안끼엠호수와 이곳 서호(Hồ Tây, 호떠이)였다.

서호의 밤풍경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유명한 곳이다. 

단원시절 몇몇이 함께 와서 음료수 하나 시키고 호사를 누리던 곳이다.

막내가 좋아하는 <하노이에서 보물찾기>(안치현, 미래엔아이세움)에도 이곳이 등장한다. 


여전히 서호(Hồ Tây)의 저녁 풍경은 아름다웠다.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생겨 더 화려한 불빛들이 보였다. 



새벽풍경-하노이 인사대 , 지상철이 지나가는 고가가 생겼다.


마지막날은 다시 한번 하노이 인사대에 다녀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찍 준비를 했다. 

쎄옴을 타고 아직은 한적한 도로 위 새벽 공기를 가르니, 다시 17년 전 학교에 가던 나의 모습이 겹쳐졌다.


학생들을 만나러 학교를 향해 가던 설렘과 피로함이 교차하던 날들이었다.

그때는 일찍 일어나는 게 참 힘들었다.

1교시가 6시 시작이었는데 베트남 선생님들은 한국인 선생님에게는 1교시를 배제해 주는 특혜를 주셨다.

그리고 오후 5시쯤 되면 이미 지쳐서 졸리곤 했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아니면 늘 긴장해 있어 그랬을까? 



인사대 동방학부 한국학과, 한국방

교무실 대신 머물곤 했던 한국방을 찾아갔다. 학생들에게 줄 볼펜과 베트남 이야기를 담은 AI그림책도 전달해 두었다. 

아이들이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학교 후문 쏘이(xôi, 베트남식 찹쌀밥)를 사 먹던 곳 아주머니의 모습이 그대로였다. (물론 그 아주머니는 아닐 수도 있겠다) 이제야 헷갈리던 거리 속에 익숙한 골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외로움과 추억들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숙소에서 짐을 싸고 나와서 어제 새벽 급하게 예약한 0.5박 숙소로 향했다.

호안끼엠 구시가지에 위치한 마사지샵과 호텔이 합쳐진 곳이었다.

간판이 작아 지나칠 뻔할 만큼 작았다. 호텔 입구는 마사지 의자가 꽉 차있었다. 

숙소는 가격만큼이었지만 짐 놓고 쉴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었다. 급하게라도 숙소를 잡길 잘했다 싶었다.

짐을 놓고 쉬다가 지난번 맛있게 먹은 스테이크집에 갔다.

마지막날이라 남은 돈만 써야 해서 마음껏 시킬 수는 없었다.


그 후에 하노이의 명물이라는 기찻길에 갔다.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기찻길 선로에 맥주병뚜껑을 놓아두고 튕겨져 맞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나? 자갈들 사이에는 이미 찌그러진 병뚜껑이 많았다. 기념으로 내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병뚜껑을 챙겨 왔다.



다시 숙소에서 쉬고 저녁을 먹고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던 그날이 떠올랐다. 

'이제 언제 다시 하노이에 돌아올 수 있을까?'

추억 속으로 떠났던 하노이의 여행이 다시 추억으로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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