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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Jul 14. 2023

네게 갈게, 내게 와

19화

도서관에 사서가 없었다면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모든 책을 읽었어야 할 거다.

그 정도로 찾는 일에 재능이 없다. 혹자는 관심이 없어서, 재미를 못 느껴서, 사실은 찾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전 처음 가본 유럽에서도 길 잃고 헤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 찾기에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에 동의는 못한다. 끝내 못 찾아서 그냥 사버렸으니까.


주민 명부를 보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뛰어다녔으나 당연히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진심으로 김이한을 찾고 싶었다. 이곳에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찾는 사람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온 지 꽤 오래된 남자가 있긴 해요. 맨날 하는 일 없이 동네 배회하고…”


정혜림은 더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자기 남자친구의 취미가 마라톤이었다는 걸 몰라서일까,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한 번 가 보자.


“헛수고하기 싫어. 최대한 물어본 다음에 확신이 생기면 갈래.”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지 얼굴이 영 말이 아니었다.

흘러내리는 거 같았달까.

어쩔 수 없이 흩어지기로 했다.

나는 아주머니가 알려준 곳으로 가보고, 옆집 청년은 혜림과 다른 이웃들에게 정보를 얻어보기로.


글 쓰기를 포기한 나는 여기서 글을 무지막지하게 써야 하는 거 같은데,

넌 산책이 미션이어서 돌아다녔던 거니.


어린 시절 청계천 끝에서 끝까지 걸어 다니며 수다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자리 잡았다.

걷는 게 좋았던 건지, 대화가 즐거웠던 건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힘들지만, 꽤 좋은 추억이었다.

그 추억 속에 갇혀 이 마을에서 하염없이 이동하는 거라면, 썩 마음 아프다.


‘항상 여길 지나친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말한 공원 벤치에 앉았다.

기다려야 하는 건지, 찾아 나서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럴 땐 기다려! 내가 갈 테니까.’


늘 내게 찾아왔던 친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미안, 오늘은 내가 갈게.

잠시만 기다려줘.


마음을 비우고, 주변 풍경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치 같이 걷는 중인 것처럼, 학생 때를 떠올리면서.

집순이답지 않게 최근 이런저런 일들에 휩쓸려 외출이 잦았었지만,

옆 동네인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라 꽤 새로웠다.


“송이?”


나를 본 게 믿기지 않는 듯,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친구, 김이한도 낯설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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