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쌀쌀해서 툭하면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닭을 드신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닭살이 잘 일곤 했다.
다리는 또 뱀처럼 미끌거려서 뱀술을 마셨나 여쭤본 적도 있다.
그럴 때면 당연히 날아오는 등짝 스매싱.
"너는 그 요상한 상상력을 요긴하게 써라. 알겠냐!"
엄마의 말을 들을 타이밍인가.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가혹한 것을 알고 있다는 청년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 됐다.
두 번의 용서는 없다고 했는데, 그건 내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오히려 남들에게 들이미는 기준이 좀 더 관대했다.
적어도 몇 번 참고 쏟아내니까 기회도 훨배 많이 줬다.
나에게는 아니었다.
두 번째 실수는 띨띨함을 드러내는 표식과도 같았다.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굳이 살아 있을 필요가 없는, 값어치 없는 인간이었다.
스스로를 띨띨함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근데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지?
생각하는 게 꽤 닮은 사람. 그래서 은연중에 싫었고, 그러면서도 편안함을 주던 사람.
"내가, 혹시 그쪽을 알아요?"
문법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막 내뱉었다.
금세 날이 저물고 달빛과 가로등이 밤을 흐릿하게 만들 때쯤, 이윽고 청년이 문을 열었다.
"우린 서로를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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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송이 씨 집으로 옮겨도 돼요. 어딘가 좌불안석 같아서 제안하는 거예요."
"아뇨, 살해당하더라도 범인 집이 나으니까요. 괜찮아요."
찻잔을 내오던 청년과 내가 나눈 대화는 어떤 타인의 시선에서는 지극히 비정상이겠지만,
우린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티키타카가 잘 되는 게 뿌듯하기까지 했다.
"말해봐요. 우리가 왜 아는 사이라는 건지. 적어도 내 기억 속에 당신은 없어요."
청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런 표정은 좀 안 보고 싶다.
볼 때마다 어딘가 쿡쿡 쑤시는 게 영 꺼림칙했다.
"나 찾아왔을 때, 뭔가 알아낸 참이었죠?"
그랬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쓴 글이라고는 동생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럴 때마다 안정감이 찾아왔다.
말이 기절이었지 사실 어느 때보다 잘 잤고.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파악했어요?"
...
망할 수수께끼.
이 사람은 내게 답을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곧, 내가 스무고개에 참여해 알아서 깨달아야 한다.
대체 정답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