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업시스템코디 Dec 22. 2021

2세에게 경영 승계를 하려 하나요?

사장의 결정 및 권한과 책임(14)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고령화로 인해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지금 회사가 젊은 날 피와 땀의 결실이기에 가장 가까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겁니다. 사업 초창기에는 '집안 식구들은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라며 호언장담한 사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업을 오래 하고 나이가 들면 사장 마음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약해져서 의지할 데를 찾습니다. 아무리 믿을 만한 창업공신이 있더라도 피붙이가 최고인 것이죠. 뭐, 인지 상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두 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자식이 회사를 물려받기 싫어합니다. 제조업의 경우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경영 환경이 원인이죠. 원청업체에게 매번 굽신거리는 것도 싫습니다. 밤낮없이 일하며 자신 삶을 희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자식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죠. 


 대다수 부모들이 그렇듯 사장들도 돈을 벌면 자식들에게 투자합 니다. 그러다 보니 자식들이 교육을 많이 받은 엘리트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어 굳이 그 고생을 물려받고 싶지 않습니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주위의 편견도 싫습니다. 차라리 회사를 팔아 현금으로 달라고 합니다.


 사장 입장에서도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지만 경영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니 회사를 경영하라고 요구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자식들 뜻대로 회사를 팔아 나눠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피땀이 깃든 회사를 판다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는 제값을 받고 팔기도 어렵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막대한 상속세, 증여세 부담 때문입니다.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주식으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상속이나 증여 시 세금 부담이 엄청납니다. 2020년 기준 명목 최고세율이 50%이 나 최대주주 할증과세 적용 시 60%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회사를 물려주고 싶더라도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이 문제인 것이죠. 상속이나 증여 당시 회사의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회사 가치가 크면 클수록 세금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상속이나 증여 세금은 주식을 받는 자식이 납부해야 합니다. 자식이 젊다면 세금을 부담할 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죠.


 '가업상속공제' 제도라는 것이 있지만 한도도 적고 사후관리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신청하기가 주저됩니다. 여러 이유들로 2세에게 경영을 승계하려는 사장은 골치가 아픕니다.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것이죠.


 2세에게 경영승계 전 고민할 점

 이 두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2세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는 사장들이 있습니다. 평생 일군 회사가 남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것도 싫고, 세금 문제 등은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사장은 자식을 회사로 데려오기 전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를 지속하기 위한 사업 운영상에 관한 부분들입니다. 

 

 우선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냐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먹고살만하다고 자식을 데려오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양산업이거나 회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당한 시기에 청산이나 매각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자식이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장이 자신의 자식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어렵습니다. 창업 사장과는 달리 자식은 유약하거나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은 다른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능력이 없어 데려오는 경우이죠. 임직원들은 현실을 한탄하게 됩니다. '금수저', '부의 대물림' 같은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죠. 


 사장이란 자리는 아버지가 자식이 먹고살 수 있도록 물려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자리인 것이죠. 사장은 그 자리의 중요성을 알고 자식의 객관적 능력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자식을 회사의 어떤 위치에 포지셔닝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처음 데리고 올 때는 직원들 눈치도 보이고 해서 경력에 맞는 자리를 줍니다. 그 후 자식이 회사에 익숙해지면 몇 년 지나서 갑자기 직급을 대폭 올려 줍니다. 또 얼마 가지 않아 임원을 시키죠. 


 이것은 직원들에게 공정에 대한 훼손을 느끼게 합니다. 승진의 기준을 직원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그런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패밀리는 괜찮아.'라는 논리로 2세를 초고속 승진을 시키게 되면 직원들 기분이 어떨까요? 사장은 이런 부분을 감안해 2세의 승진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소규모 중소기업은 시스템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높은 직급의 사람이 시키기만 한다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사장이 직접 경험했으면서도 자식에 관해서는 관대합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위에 꽂아 놔도 회사가 돌아갑니다. 


 시스템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회사는 직원들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기 어렵습니다. 2세를 밑바닥에서 직원들과 몸을 부대끼고 실무를 배우면서 동료의식부터 기르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직원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 자식을 혹독하게 경영 수업을 시킬 수 있냐는 것입니다. 원래 직원들은 2세의 능력을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업무를 맡겨야 하는 것이죠. 시련을 겪게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직원들도 점차 인정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장 자신이 간섭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물려주고 나면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뭔가 불안하니 계속 보고받고 지시합니다. 주위의 임원들도 사장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2세 사장보다 창업 사장을 더 의지합니다. 회사는 상왕을 한 명 모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면 자식이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장의 가장 큰 책무는 의사결정과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인데 그 책무를 수행할 기회가 없는 것이죠.


 중소기업에서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2세 본인의 의지도 있어야 하고 세금을 납부할 재원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을 해결하더라도 2세가 회사를 훌륭하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식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지속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몇십 년간 축적된 경영과 기술 노하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경영승계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식의 경영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약 자식이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미련을 버리고 회사를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우는 것도 사장의 능력입니다.

이전 13화 사장이 외로울 때 누가 위로해 줄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