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유난히 에너지가 차분하고 따뜻하다. 3월 초 수업시간에는 얘네들 숨은 쉬는 건가 싶게 조용히 내 얘기만 들었는데 11년 경력에 그런 아이들은 처음이라서 "너네 원래 이렇게 조용하니?"라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아직 안 친해서 그래요."라고 대답했는데 진심이었는지 요새는 그 정도로 조용하지는 않긴 하다. 어쨌든 아이들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
물건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담임 챙겨주는건 기본.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서 건네주는 표정도 참 다정하다. 반에 특수반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무심한듯 세심하다. 가끔 아이들 하교 직전에 하이파이브, 안아주기 또는 나만의 인사법 중 원하는 방법을 각자 고르게 하고 아이가 선택한 방법으로 1대1 인사를 한다. 그 인사를 했던 첫 날 의외로 6학년인데도 남자아이들이 나를 많이 안아줬다. 엄마 안아 주듯이 안아준 느낌이었는데 참 따뜻했다.
5년 전에 6학년을 담임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나와 같은 세대인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이 아이들이 다음 세대로 느껴진다. 아이를 일찍 낳은 친구들이 벌써 학부모가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 아이 부모님은 참 좋겠다라는 느낌을 주는 아이를 간혹 만난 적은 있지만. 그런 아이들을 이렇게 한 반에서 잔뜩 만나기는 처음이다.
매일 줄기도 잎도 여린 연둣빛이 가득한 꽃밭으로 출근하는 느낌이다. (20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