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울진전ㅡ울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전시회
송울진전ㅡ울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전시회
인사아트센터(서울 인사동)/ 2024. 08. 21. ~ 08. 27.
울진연호문화센터2층 전시실/ 2024. 08. 31.~ 09. 10.
송(頌)울진전은 올해로 22번째 열리는 전시회다. 서울 인사동의 전시(8월21일~27일)에 이어 울진에서 8월31일부터 9월10일까지 다시 열리게 된다. 송(頌)울진전은 경상북도 울진을 테마로 한, 도자기, 목공예, 서예 작품들이 일부 눈에 띄지만, 대부분 회화작품 그것도 서양화작품 중심의 전시회이다.
전시제목을 "송(頌)울진전" 이라 하였고, 부제가 “울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전시회”이니 울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나아가 칭송하는 목적이 분명한 테마를 가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예술의 힘을 빌려 “울진”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인하거나 확장하고 이를 외부로 알리려는 실효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지만 실상 작품들을 보고 나면 예술작품의 가치와 미적추구에 빠져들게 되니 섣부른 선입견은 굳이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울진은, 필자 개인의 생각일 뿐이지만, 특별한 인상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서울에서 보면 멀고 먼 벽지라는 생각과 조금 더 상식을 넓혀보면 비교적 넓게 동해바다에 걸쳐있는 바닷가 도시이면서 ‘해파랑길’과 ‘백두대간’에 연결되어 있는 아름다운 산과 ‘금강송’, 그리고 일부 경치 좋은 관광명소들이 있지만, 꽤 알려진 도시라는 인식은 들지 않는 시골(?)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렇게 쓰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서운하게 여길지는 모르나, 솔직한 고백이고 나의 한계가 있는 지식과 경험치 때문이라 이해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세인(世人)들의 이런 인식수준을 굳이 바꾸기 위하여 특색 있고 아름다운 고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억지로 잡아끌거나 아우성하며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니므로 이런 품격 있고 고고한 생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속살’을 드러내 듯 사람들에게 초대장과 같이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의도는 누구에게라도 한 수 위의 고단수 접근방법이 아닌가 한다. 어쨌거나 이렇게 고품격 방식으로 원하는 모습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정리해보려는 의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긍하듯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서설이 좀 길다 싶다. 그래도 우선 필자의 긍정적 수용과 지지의 한 표는 받아주길 청허(聽許)하면서, 작품의 면면에 빠져들어 본다. 누구든 풍류는 재주껏 누리는 것이다. 비단 고고한 선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울진이 품고있는 산수(山水)와 바다(海)가 이리 넓고도 깊으며 이야기 거리의 무궁하기가 마치 화수분처럼 스물 두 해째(22회) 이어오고 있고, 점점 더 나아지고 있으니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미래의 모습까지도 예측하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해는 총 65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였다. 울진에 생활기반을 두며 작품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지만, 울진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도 꽤 되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 참여의지가 발동한 작가들이나 초대된 작가들이 여럿 되는 듯한데, 이는 전시회의 연륜 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울진'을 대상으로 예술적 영감을 담아 그려낸 작품들이 노출되면 다수의 관람자들에게 교감되고 예술적 영향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니, 울진은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재창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전시회는 유의미한 이벤트임은 분명한데, 나아가 우리나라 특정 지역의 아름다움이나 고유하고 독특한 미적 요소들을 예술작품을 통해 재현하고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특별한 뜻으로 부가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한편 이런 예술적 문화이벤트를 전제로 한 전시행사는 해당지역으로서는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하려는 실용적 목적을 의도한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차원의 브랜딩(branding)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의 “울진”이 가진 실체와 울진이 기대하는 브랜드로서의 ‘울진의 정체성(identity)’, 그리고 다양한 과정과 방법들을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수용된 ‘울진의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울진의 정체성’이란 울진이 원하는 대로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모습이고, ‘울진의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알려진 울진의 모습이다. 이것이 현실적인 울진의 모습이며, 정체성과 이미지의 차이가 일치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울진의 “속살”, ‘울진의 실체’라 할 것들이 울진의 핵심 자원이라면, 올바르고 반듯한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선 울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송울진전”은 매우 바람직하고 올바른 접근법에 해당하는 행사(?)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전반적인 부분들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적절하고 올바르게 또 긍정적으로 전달되고 알려졌기에 오랜 기간 동안, 훌륭한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준비하여 참여하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65명이나 되는 작가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예술정신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가들은 당연히 울진을 바라보며, 울진으로부터 영감을 발견하여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들의 작품에서 유사성을 찾기는 어려우나, 울진이라는 대상은 정해져 있고, 어떤 표현형식이나 표현자체들은 모두 울진에 대한 것들이니, 각 작품들을 보며 작품 개개를 통해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의 울진을 찾아보거나 새롭게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결국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미 관람자들에게 남는 것들이 울진의 실체이거나 정체성이거나 이미지에 해당하는 것이다.
작가들은 대체로 울진의 바다에서 자극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 ‘파도소리(손경수)’, ‘질풍노도(신홍직)’ 그리고 ‘파도(문정호)’가 들이치는 바다의 거친 이미지는 바닷가 의 전형적인 단면이니 울진의 바다라고 해서 특색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작가들은 자신만의 감정을 스크리닝(screening)하여 울진의 바다를 재현해 내고 있다. ‘김배히’ 작가의 “겨울 해변”은 계절감이 부각되기 보다는 바다를 끼고 있는 울진 바다의 아름다움과 절경이 잘 표현되어 있고, 차가운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코발트색으로 그려진 바다색이 더욱 시원한(?) 느낌을 갖도록 한다. 반면에 철 지난 바다를 그린 “그리운 곳(김순이)”은 여름 한 철이 지난 뒤의 쓸쓸함이 배어있어 허전하고 처연함 마저 들지만 당당한 바다의 해안가와 바다가 잘 어울려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를 간직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처럼 같은 바다의 모습을 상반되게 그려내니, 보는 이들은 다양한 바다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나아가 다소 거리를 두고 바라다보는 울진의 바다는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노장 이태길 화백이 그린 “그리움”, “울진 가는 길(손영선)”, “바다가 보이는 풍경(남미옥)”, “죽진소견(백범영)” 등은 작가들의 감정을 담아 바다와 울진의 장소적 소재를 결합하여 그리움이나 삶의 단면을 에둘러 표현해 내고 있는데, 관람자들은 충분히 그림을 보면서 정감을 느끼거나 개인적 추억을 오버랩(overlap)하며 특별한 감흥을 경험하게 될 듯하다. 나아가 멀리서 바라본 죽변항(‘죽변항 원경’, 송용 작)은 Longshot의 시원한 시야와 함께 너른 조망을 통하여 울진의 일부일망정 울진 ‘죽변항’의 여러 경치들을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유사한 대상을 각기 다른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동시에 보는 즐거움은 한 작가의 여러 그림을 보는 느낌과도 다른, 독특한 즐거움이 곁들여 지기도 할 것이다. 한편 “바다가 보이는 집(엄윤숙)”, “울진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김 숙)”, “송 울진(박상호)”등은 화풍의 특별함도 있고 작가들의 독특한 해석이 표현된 울진의 바다 그림들이다. 밝고 경쾌하며 흥이 솟아나는 부가적 즐거움을 유발한다. 또한 ‘박시현’ 작가의 “Confession”은 무슨 ‘고백’인지는 모르나 바다의 색을 최소 5가지로 다르게 그려내며 다양하고 변화가 무쌍한 바다를 표현 한 듯, 상징적이고 추상적으로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채색한 바다의 이미지들이 소홀히 할 수 없을 만치 매력적인데, 각기 다른 층(Layer)을 수평으로 바다를 구분하고 마치 바다 쪽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시선의 그림처럼 보이면서 인상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울진은 산과 내(川)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전형적인 산골마을 같은 이미지를 가진 이질적 다양성도 울진의 특색일 수 있다. 이런 이미지를 “불영계곡의 봄(이상민)”, “울진 이야기(류진철)”, “죽변의 기억(이존립)”, “논-풍경(이주연)”, “코스모스(임지락)”등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울진만의 특색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농촌 도시의 공통된 모습의 하나이겠지만 작가들은 그 속에서 울진의 감성이나 자신의 마음을 담아 작가적 창의성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최용대’ 작가의 “덕구가는 길”은 오후의 기울어 가는 햇빛을 역으로 받고 있는 경치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사진을 찍은 듯이 정교한 표현을 살려내고 있는데, 역광의 묘한 느낌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삶-불영사 가는 길(정태영)”의 등짐을 진 사내의 뒷모습과 그를 따르는 두 마리의 개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감정적인 동요를 부추길 만하다. 이외에도 울진은 ‘금강송’ 군락지로도 유명한데, 이를 소재로 삼거나, 새벽에 출어(出漁)를 나가는 강인한 생활인으로의 어부의 모습을 그려내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울진과 관련된 다양한 대상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감(靈感)들을 그려내었다.
단체전의 경우 작가들 개개인의 개성들이 우선함으로 해서 테마를 하나로 모으거나 집중화되는 감흥을 느끼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송울진전’의 경우는 단체전이라 해도 울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작품이 창작됨으로써 관람자들을 보다 집중하면서도 스토리를 찾아가거나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듯하다.
예술의 세계는 그 자체의 고유한 활동영역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서의 활동이다. 당연히 삶의 공간과 관련한 소재와 영감을 작품으로 발전시키거나 현실에 기반한 작품 창작은 자연스러운 것으로써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를 포함하는 직접적인 참여의 의미가 있기에, 창작이유가 더 분명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관람자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기에 상호적인 소통이나 교감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짐으로써 감정의 시너지(Synergy)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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