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예술

어떤 행위에서 배우다- 세르주 블로크

by 바다별다락방



현대인, 특히 한국인들은 마치 '노는 것'에 알러지 반응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논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낭비하는 것과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놀이의 놀라움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와 이런저런 학습방식은 우리의 예술성과 창조성을 억지로 상자 안에 욱여넣었다. 그리고는 언젠가, 때가 되면 당신의 예술을 마음껏 뽐내면 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또다시 인고의 시간을 거쳐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정이 되어 버렸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던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그저 받아쓰기식 수업을 편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가장 꽃 피워야 할 시기에 그 가지에서 싹이 나게 두지 않았으니 움트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잊고 어떻게 다시 그때의 창조적 욕구를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감각운동기*의 경험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손을 자유롭게 휘두르고, 자신의 손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했던 바로 그 시기 말이다. 자녀를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관찰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리의 창조성을 기르려면 다시금 자신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판단하거나 비난하려들지 말고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데리고 놀아야 한다. 또 그럴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꽃 피운 창조성은 비단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업무와 더 나아가 인생에까지도 변화를 꾀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손에서 무엇이 피어나는지 그저 관찰하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세르주 블로크(Serge Bloch)는 어린아이 같은 그림을 그려낸다. 몇 안 되는 선으로 만들어지는 그의 그림에는 율동성과 더불어 살아 숨 쉬는 창조력이 깃들어있다. 손을 뻗어 자유롭게 그림을 만들어내는 행위와 종이가 그의 손 끝에서 펼쳐지는 향연은 우리도 블로크처럼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일깨운다.



https://www.ifitshipitshere.com/sweet-illustrations-by-serge-bloch/


"순수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자유'가 떠오른다. 화지가 얼마나 크던, 그는 그 안에서 자유롭다.


나는 그림을 그리려 할 때마다 스스로를 제약하곤 했다. 화지의 크기는 어떻게, 어떤 기법으로, 어떤 재료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날밤을 센 적도 있다.


하지만 블로크의 작품은 그런 우리에게 일침을 날린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이다. 더 좋은 작품과 내 안의 창조성을 만날 기회를 지금 이 시간에 날려버리고 있다고 말이다.




https://www.swiss-miss.com/2007/08/serge-bloch-my.html


창조성은 손 끝에 있다. 생각해 보면 머리가 하는 일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머리는 그저 창조성이 건네주는 '그것'을 받는 통로로써 기능하는 것뿐이고, 손으로 그것을 옮겨와 창작하는데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머리에 그 아이디어가 맴돌다 보면 결국 그것은 머리에 편두통만을 남기고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블로크처럼 그저 아무거나 들고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형태가 되었든 좋다. 우리는 그 시절 우리가 그랬듯, 무언가를 창작해 낼 때 우리의 남은 생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감각 운동기(sensorimotor stage)는 피아제의 4단계 인지 발달 단계의 첫 단계를 말한다. 피아제에 따르면 이 시기는 영아들이 감각과 운동 능력을 통해 인지 발달을 이루는 시기이다(Piaget, 1952). 대략 출생에서 약 2세까지의 감각 운동기 동안 영아는 감각과 운동을 조직화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하는데, 이를 통해 세상과 사물에 대한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개념(예, 시간, 공간, 인과성 등)을 획득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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