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해서 4시간째 강의를 하고 있던 저녁,
갑자기 수업 중간 중 목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오는 것을 느꼈다.
누가 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점점 목구멍이 조여 오면서 그 와중에 내 목으로 큰 구슬을 하나 집어넣는 것 같은 답답함과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장 한 마디도 말하기 힘들지만 아직 강의는 약 40분 넘게 남아있었고
약 10초의 공백에도 나를 쳐다보는 회원들의 얼굴에 나는 한 마디 한 마디 목을 부여잡고 할 수밖에 없었다.
필라테스 강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말이 나오지 않으면 몸으로라도 열심히 설명해서 무사히 강의를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점점 목뿐만 아니라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설마 나에게도 코로나가 찾아온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의 두려움은 병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코로나에 걸리면 당장 내일부터 강의를 나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나에게는 아파도 병가를 내거나 코로나에 걸렸다고 재택근무 또는 연차를 사용하라고 권유할 정규직 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프면 쉴 수는 있다. 대신 강의할 사람을 찾으면 되고 갑자기 강의를 못한다고 해서 사정을 헤아려주지 못할 사람들도 아니다.
그러나 강의가 없으면 그 한 주의 수입도 없는 것이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리랜서 강사에게는 이 한주의 수입 또한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이후 단 한 번도 걸리지 않던 목감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더 이 아픔에 적응이 되지 않았고 또한 코로나인지 아닌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걱정 또한 컸다. 일단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항상 말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생각나면서 일단 잠에 들기로 했다. 왠지 금방 회복될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새벽 한 시까지 점점 부어오르는 목에 숨을 쉬기도 힘들어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갑자기 연속해서 들리는 창밖의 사이렌 소리가 나의 불안함을 더욱 증가시켰다.
몇 개월 전 실제로 거주하는 건물에서 불이나 비상 탈출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창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갑자기 어디서 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복도 밖도 새벽 1시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어딘가 외출이라도 하듯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몸이 너무 아파 미친 듯이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지만 일단 나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코로나 검사 자가 키트도 사 오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도 불안해서 열이 나는 와중에도 10층이 넘는 계단을 내려오며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집 앞 건물에서 실제로 불이 나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지하 밑에서부터 올라오면서 하늘까지 뒤덮고 있었고 그 영향은 내가 사는 건물까지 이어졌다.
집 주변 도로는 경찰차와 소방차로 꽉 막혀있었고 차에서 나오는 빨간 불빛과 건물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섞이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을 다시 돌아가기에는 연기가 집까지 들어와서 갈 수 없었고 나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코로나 자가키트와 아픈 목을 잠깐 달랠 수 있는 꿀물을 구입했다.
그리고 다시 집 건물로 돌아와 최대한 연기가 나지 않는 구석에서 혼자 꿀물을 마시며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밖의 상황도 심각해 보였지만 나의 상황 또한 심각했다.
점점 목은 더 부어오르고 나는 코로나일지도 모르는데 밖에 나와있어도 되는 건가
내일 수업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오만가지 걱정과 불안으로 나의 얼굴은 굳어져만 갔다.
하나둘씩 다시 건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기자 나 또한 아픈 몸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가자마자 편의점에서 사 온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한창 코로나로 시끄러웠을 때 운이 좋지 않게 검사를 많이 받은 편이긴 하지만
그때도 걸리면 얼마나 아플까에 대한 걱정만을 했었지 그 후의 일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15분의 기간 동안 나는 수업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대체할 사람을 구할 것이며
그 달의 수입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다음 날 일어나서 한번 더 하고 그 이후로 병원을 가서 했을 때도 음성이었다.
"나 강의할 수 있겠다."
하필, 아픈 이후 다음 날 강의가 가장 많았고
약사님도 처방전을 보면서 목이 정말 많이 부었다며 놀랄 정도의 센 약을 먹고 나는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몸으로 동작을 보여주고
평소보다 과하게 수업을 하면서 생긴 큰 멍을 두 무릎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 무릎도 아프면 안 되는데...
자나 깨나 아프면 어쩌나 걱정하는 프리랜서 강사의 한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