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 Oct 31. 2022

아침형 인간이 저녁에 일한다면

가장 에너지가 넘칠 때 쉬고, 가장 에너지가 없을 때 일한다


나는 "가장 에너지가 넘칠 때 쉬고, 가장 에너지가 없을 때 일한다."


얼마 전까지 몇 시간 되지 않았던 오전 수업을 정리한 이후,

나는 저녁에만 일하는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로 살고 있다. 

내가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고 싶어서 프리랜서가 되긴 했는데, 이거.. 참 애매하다.


필라테스의 경우 일하는 시간대가 크게 새벽,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고 수요가 많은 시간대는 저녁이다.

오전 시간대 또한 물론 직장을 가지 않는 분들이 많이 와서 수요가 높긴 하지만, 

저녁 수업에 비하면 수업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적은 편이고 경쟁 또한 치열하다.


당연히 남들도 나처럼 일을 다 하고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오전 시간대를 선호하는 강사들이 많다.

이 때문에 오전 시간대의 경우 강사 자리가 잘 나오지 않기도 하고 나와도 경력직 강사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위 말하는 필라테스 고수들이 오전 시간대에 많은 편이다.

필라테스 강사보다 훨씬 필라테스를 오래 한 회원분들도 있다고 하니 만만하게 볼 자리는 아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현재 나는 내가 원하는 오전 시간대의 강의는 하지 않고 

오후만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아침형 인간이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 

지금은 물론 덜하기는 하지만 늦잠은 나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고,

알람을 일초만 듣고도 몸이 자동적으로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생까지 중요한 시험공부는 밤을 새우기보다는

일찍 일어나서 새벽에 하는 편이었다.


오전에 가장 뇌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편이었고, 에너지도 많고 기분도 가장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항상 오전 시간대에 하는 편이었다.


특히, 이렇게 글을 쓰는 일 또한 그랬다.

남들은 저녁이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라고 저녁에 글을 쓰는 편이나

나는 가장 정신이 맑은 아침에 쓰는 편이었다. 


나는 이러한 나의 특성이 나의 체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이지만, 체력은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나의 체력의 레벨이 있다면 이 레벨이 떨어지는 시간이 빠르게 찾아온다. 

당연히 아침의 경우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일어난 이후이기 때문에 가장 높다.


시간이 흐를수록 빠른 속도로 이 체력의 레벨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직장을 다니던 때에도 점심시간 전에는 중요한 일을 다 끝내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직장의 특성상 함께 회의를 하거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도 있었다.

내가 가장 일이 잘되는 시간대에 선택해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히려 직장 다닐 때 보다 더 늦게 일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대부분이 퇴근할 때 출근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저녁에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와 맞지 않았다. 


오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에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제대로 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한, 이미 에너지와 체력이 다 낮아진 저녁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출근을 했는데 퇴근을 해야 될 기분의 연속이다.


대부분 직장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지인들과의 만남 또한 어려워졌다.

내가 시간이 있는 오전에는 그들이 일하고 내가 일하는 오후에는 그들이 퇴근한다. 

보통 퇴근 후 친한 사람들과 한 잔 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즐겼던 나에게는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줄어든 것 또한 힘들었다.


주말이 남아있지만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는 주말에도 바쁜 편이었다.

특히, 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쉬는 날이 따로 정해졌다고도 볼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업무환경, 월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수업 준비를 하느라 각종 세미나를 듣고 공부를 하는 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매번 오후에 찡그린 얼굴로 퇴근길 버스를 타면서 출근을 하고,

강의도 에너지 있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생각했다. 


가장 에너지가 넘칠 때는 일이 없고 가장 에너지가 없을 때는 일이 많다니.

그러나,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아침이든, 저녁이든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전은 원래 체력과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자기 계발 및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항상 퇴근 후 체력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던 운동, 취미, 독서 등을 할 수 있다.


오후는 체력과 에너지는 없으나 어쨌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없는 에너지라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계속 고정된 시간에 일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이것 또한 다 적응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은 하는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프리랜서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