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힘들겠지만.. 매달리지 마세요
나만 서운한 연애, 나만 홀로 우는 연애, 나만 놓으면 끝나는 연애..
나의 22살의 연애를 설명하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말들이다. 당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상황이었다. 화장법이 달라졌다거나, 식습관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 갑자기 얼굴 전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으며, 취업에 대한 고민이 갓 시작되어 경영학회에 무작정 가입했는데, 전공이 경영학이 아니다 보니 개념들은 너무 생소하고, 보고서 작성을 위해 새벽 2시까지 매일 밤을 새우는데,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가장 최악은 아마 주위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성급한 일반화는 좋지 않다고 하지만.. 학회 오빠들이 대부분 경영학과였는데, 어쩜 그렇게들 잘난 척이 심하고, 남을 깍아내리는지, 한 번은 같이 활동하는 회원들 얼굴을 캐릭터같이 그린답시고, 내 얼굴에 점을 수십 개를 찍어놓았던 적도 있다. 여드름이라면서... 그땐 자존감이 너무 낮았어서 화도 못 내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지금이었으면 이렇게 외쳤을 텐데..."네 얼굴은 뭐 원빈이냐! 네가 뭔데 남 외모 평가야!"
이렇게 자존감이 바닥일 때도 나에게 사랑은 찾아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은 알고 보니 짝사랑이었다. 내가 좋아한 사람은 같은 학회 한 기수 선배인 경영학과 오빠였다. 이 오빠는 나에게 종종 "보고 싶다.", "언제 저녁 한 번 같이 먹을래?" 등 '이거 썸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을 종종 했었고,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카톡을 하고, 본인이 헌혈을 하는 등 특별한 활동을 하면 나에게 사진을 찍어서 "나 피 뽑아서 아파ㅜㅠ"라고 말을 보내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나에게 이건 백퍼 호감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에도 고백은 절대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로 나를 헷갈리게 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이 학회활동을 하던 언니의 말을 들어보니, 그 오빠가 이 언니한테도 똑같이 하고 있던 게 아닌가... 어장관리를 당했던 거다.. 하지만 이미 혼자서 행복 회로를 미친 듯이 돌리고 있던 나는 객관성을 잃고, '아냐, 나에게 한 것은 진심일 거야, 언니한테 한 게 어장관리일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호기롭게 먼저 고백을 했다. 결과는 예상이 되는 답이 나왔다.
"엇... 나는 친한 동생으로 생각했지, 너랑 연애하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 정말 이때 멈췄어야 한다. 근데 사람 마음이 어째 머리로 움직이던가.. 머리로는 그만하자, 좋은 남자가 아니다.. 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깊게 빠져버려서(사실 지나 보니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고, 힘든 학회활동, 여드름 스트레스 등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멈추지 못하고 계속 그 남자에게 들이댔다. 근데 그 오빠도 명확하게 잘라내지는 않고, 단둘이 저녁, 맥주 한잔, 주말에 영화 한 편 등 나에게 계속 헛된 희망을 품게 하였다.
끈질긴 구애 끝에, 그 남자의 교환학생 6개월을 모두 기다리며,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우리는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이 당시 사실 나의 여드름이 모두 사라지고, 학교에서 몇 번의 고백을 받을 정도로 외모가 나아져서 자존감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었다. 그렇지만 반년이 넘게 매달렸다 보니 오기가 생긴 것일까,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 오빠가 교환학생에서 돌아와서 꾸준히 연락하다가, 결국 "우리 언제 사귀어요?", "내가 좋긴 해요?"라는 전형적인 을의 질문을 하자 "그래, 그러면 연애하자."라는 답을 얻어냈다.
근데 뭔가 저 말을 들었을 때, 생각이 들었다. '아.. 전혀 기쁘지 않다. 뭐 이리 찝찝하지.' 그리고 연애 시작부터 이랬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나만 애가 타는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두 사건만 봐도 제3의 입장에서는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사건 1>
(때는 수업이 끝나고 평일 데이트 중, 저녁 9시 정도 되었을 무렵, 나와 오빠는 맥주 한 잔 하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 : (갑자기 짐을 정리하며) 엇, 나 지금 나가봐야겠다.
나 : 응? 갑자기 왜? 무슨 일 생겼어?
오빠 : 아 오늘 태양의 후예 하는 날인데, 지금 나가야 집 가서 씻고, 엄마랑 같이 볼 수 있어.
나 : 어..? 나랑 지금 데이트 중인데, 갑자기 가버린다고? 드라마는 재방송으로 봐도 되잖아..
오빠 : 아 그러면 엄마가 혼자 봐야 하잖아.
(결국 이대로 오빠는 바로 집으로 가서 어머니와 아주 즐겁게 태양의 후예를 봤다.. 마마보이 같은 놈...)
<사건 2>
(때는 밸런타인데이 전 날, 처음 맞이하는 기념일이다 보니, 뭘 할지 기대하며 연락했다.)
나 : 오빠, 우리 내일은 뭐할까?? 내일 밸런타인 데이인데!
오빠 : 아 나 내일 못 만날 것 같은데?
나 : 왜? 밸런타인데이인데..?
오빠 : 내일 엄마가 장 보러 간다고 했는데, 같이 가야 해
나 : 응? 뭐 많이 사시러 가? 갔다 와서 만나면 되잖아?
오빠 : 아니, 특별한 건 아니고, 엄마 혼자 가면 짐 무겁잖아, 밸런타인데이 뭐 별거라고, 그냥 다음에 보자
(후,, 정말 마마보이 XX야!!라고 외치고 헤어졌어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도 아직도 이 오빠는 마마보이로 회자된다...)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우리 엄마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귀한 사람인데, 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네가 그런 취급당하는 거 들으면 엄마 마음이 너무 아파."
이 말이 정말 큰 역할을 했다. 갑질을 당하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던 날, 엄마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며 이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오빠에게 정말 오열을 하면서 말했다. " 우리 그만하자..". 근데 생각보다 상대방은 담담하더라.. "아 많이 힘들었구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네, 그래 알겠어" 이게 끝이었다.. 정말 내가 헤어지자는 한 마디 하면 이렇게 쉽게 끝낼 관계에 나는 온갖 에너지를 다 쏟고, 엄마 마음까지 상처 내며 유지한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일방적으로 한 사람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그 당시에 마음은 찢어지겠지만 놓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나 자신은 정말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즐거운 연애를 할 수 있는데, 계속 서운하고, 외롭고, 힘든 관계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7번 연애를 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말자, 이 시간에 나와 맞는 사람이 어쩌면 지나가버릴 수도 있다.' 연애는 즐거우려고 하는 것이고, 두 사람이 함께해서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일인데, 외롭고, 힘들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이러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데, 원래 표현이 서툰 사람이다.'라는 합리화를 하고 있다면 이것도 그만 두길 바란다. 정말 그런 사람이어도 결국 내가 상처 받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 표현을 충분히 많이 해주며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 줄 사람이 정말 저 밖에 많은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매달리지 않길 바란다.
'만약 헤어졌는데, 이만한 남자가 없으면 어떡하나요..?'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 생각해봐라. 지금 일단 '이 남자와 헤어져야 하나' 라는 고민이 드는 것 자체가 이 남자는 나와 맞지 않는 남자인 것이다. 그러면 헤어지고 나서 내가 남자를 찾을 때, 새로운 기준이 생긴다. 전 남자 친구가 나에게 상처 줬던 행동은 하지 않는 남자! 학회 오빠와 헤어지고 나서 내가 세운 기준은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날 것'이었다. 물론, 학회 오빠랑 헤어지고 나서도 정말 많은 똥차들을 만났지만, 적어도 나만 좋아해서 외로운 연애는 하지 않았다.
연애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첫 남자 친구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아름답고 멋진 사랑이야기가 주위에 꽤 있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겪을 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저런 경험을 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경험을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다양한 연애를 해볼 수 있고, 첫 시작에서 오는 설렘을 더 자주 느껴볼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의 연애가 매일매일이 스트레스고, 핑크빛 세상이 아닌 회색빛 세상이고, '에이. 어떻게 연애하는 내내 매일매일이 핑크빛이겠어.."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며, 나만 혼자 애쓰고 나만 붙잡고 있는 연애라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놓길 바란다. 헤어지면 아플게 두렵다면.. 말해주고 싶다. 언제 헤어져도 마음은 아프다. 아픈 게 두려워서 지금 함들 걸 억지로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데, 표현이 서툰 것이고, 내가 이런 행동에 상처를 받더라도, 둘이 서로 사랑하는 게 확실하다면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헤어지자'라고 말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여기서 남자가 붙잡는 행동 없이 수긍한다면? 그 남자는 표현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표현할 사랑이 없는 사람이다. 만약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분명 당신을 붙잡으려고 어떤 말이라도 할 것이다. 나도 이런 남자를 만나봐서 안다. 맨날 그렇게 나한테 말도 대충 하고, 데이트에도 소홀하던 다른 남자 친구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 때, 당황해하면서 무릎 꿇고 울면서 잘못했다고, 기회를 달라고 하더라.. 헤어지자는 말을 장난스럽게 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일상생활까지 우울해지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