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체부 아저씨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지요.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오르막이었어요.
매주 수요일마다 오시던 우체부 아저씨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가 아저씨라 부를 만한 나이는 아니었군요!)
우리 집의 빨간 대문 바로 옆엔 우체통이 있었어요.
우편물을 가지러 올 때마다 그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나는 부르기도 전에 자전거 소리를 듣고 먼저 알았답니다!
뒷바퀴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긁히는 소리가 났거든요.
어쨌건 그는 슬리퍼만 신고 뛰쳐나온 나에게
늘 달콤한 캐러멜이나 초콜릿을 주었죠.
여름이면 그에게서 옅은 땀 냄새가 났지만, 나는 그것이 싫지 않았습니다.
햇볕 아래서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오르는 건, 원래 그런 일이거든요.
어느 날, 늘 메고 다니는 가방이 유난히 무거워 보이던 날,
나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고 물어보았어요.
"비밀로 한다고 약속하면
이 안에 든 것들을 말해 줄게.
미지근한 안부와 기다리던 소식, 어느 가을 단풍잎과 해묵은 고백,
새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과 오래전 실수에 대한 사과와 다락방에서 쓴 한 편의 소설
난 매일 그것들을 싣고 페달을 밟는단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난 늘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지었던 그 미소가
아직도 나는 기억이 나는군요.
사람은 변합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요.
주름 없이 말간 얼굴도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종종 편지가 올 때마다 나는 그를 생각하지요.
그런 날은 잘 먹지 않던 초콜릿을 꺼내어
괜히 오래 녹여서 먹곤 한답니다.
-
우체부를 주제로 만든 그래픽과 짧은 소설입니다 : )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jack__studio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