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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유니 May 31. 2021

난 우울할 때 라면을 먹어

부제를 쓰는 칸에 굳이 기재하자면 안성탕면이 좋습니다.

라면은 내 우울감과 무기력의 리트머스지다.

하나를 끓인다? 그건 얘가 좀 무기력하다는 신호야.

그런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라면은 맛있으니까, 진짜로 파송송 계란탁이 먹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여기까진 용인 가능해.


근데 한 봉지 더 끓인다?

그건 얘가 진짜 우울하고 무기력하다는 거야.

왜냐하면 라면 두 개는 진짜 싼값으로 하는 자기파괴거든.

(내게는 그래, 두 개는 평소에 먹는 양이 아니야!)

넌 이거나 먹어라, 하면서

크게 영양학적 가치가 없고 값싼 음식을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꾸역꾸역 밀어 넣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가혹하게 대하는 거지.


요즘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감정을 써서 모으고 있다.

한 20개 정도 모아서 우울 자가진단용 체크리스트를 만들려고!

대처보다 예방의 효과가 훨씬 좋으니,

체크된 항목이 일정량이 넘어간다 싶으면 스스로를 달래 줄 생각이다.

무기력하고 번아웃되었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인정하면,

컨디션 회복이 더 빨라지더라고.

세상 모든 극복의 시작은 받아들임인가 싶어.


지금까지 발견한 무기력의 징후들: 현실 도피성 잠이 늘어나며, 소비를 통해 실존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혹시나 무기력하신 분들, 침대에 누워 휴대폰 보기 전에 증상 몇 가지 간단하게 메모하고 폰 보아요!

다음번 찾아오는 번아웃 및 무기력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많아진다는 점!


그리고 우울함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

몸이 크기 전에 성장통이 오는 것처럼

마음이 크기 전에 조금 아플 수도 있어.

잘 살며 멋지게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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