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하고 있는 일

한주두책 프로젝트 5

by 홍유

인간은 이 지구 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인간은 늘 생존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인간이란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한 존재이고, 신체적인 능력에 있어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사실, 동네에서 자그마한 강아지가 "컁컁"하고 예쁘게 짖어도 조금은 무섭습니다. 그 강아지가 작정을 하고 저를 문다면, 저는 속수무책으로 물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간의 현실이 그러하니, 아무래도 살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했을 것입니다. 그 덕에 우리는 지금 안전하게 살고 있으니, 인간 생존은 더 이상 신체적인 약점에 의해 위협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We are Water Protectors(워터 프로텍터), Carole Lindstrom&Michaela Goade, 그림출처: Yes24

오지브와 족 인디언들에게는 전설이 있다지요. 여자는 물을, 남자는 불을 지키는 사람들이랍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을 지켜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처음에 불을 받았습니다. 인간에게 신들의 불을 전해 준 죄로, 프로메테우스는 매일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습니다. 그럼 물은 어디에서 받았을까요? 성경에서는 천지창조 이틀 째, 물과 물 사이가 갈라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과 땅에서 내리는 물이 갈라진 날. 그 전날에는 빛이 생겼지요. 성경을 보면, 물은 원래부터 자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지브와 사람들은 물에 대해서 세상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존재, 어머니, 여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나 봅니다.


책 표지를 보시면 너무나도 당당한 한 소녀가 물속에 서 있습니다. 그 뒤로 달이 뜬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습니다. 그 옆에 당당한 금색 스티커.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칼데콧 상의 권위에 기대기 전에 책을 보고서도 정말 감탄했지만, 보고 난 후에 역시 수상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내용도, 그림도 무엇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거든요.


이 소녀는 불을 뿜는 뱀에 맞서서, 물을 지키고자 애를 씁니다. 불을 뿜는 뱀, 송유관을 말하지요. 이 뱀이 지나는 곳에서 물이 말라버리고 오염됩니다. 소녀는 당당하게 물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면서 말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해 싸웁니다.
We fight for those who cannot fight for themselves.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도 없는 존재들. 큰 불 앞에서 도망치려고 애쓰는 많은 동물들, 도망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타들어가던 나무들. 호주에서 있었던 큰 불 속에서 사라진 생명들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그 생명들이 떠난 후에 우리는 정말 평온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지구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지구 속에 사는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라져 버린 동물들도 많지요. 2020년 6월 2일 자 한겨레 신문에 의하면, 이미 2015년부터 인간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멸종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한 종이 멸종하면, 그와 관련된 다른 종도 함께 사라진다고 하지요. 지난 20세기 동안 543종의 육상 척추동물들이 멸종했는데, 다가올 20년 안에 그만큼의 동물 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우리 곧 사라져요, 이혜숙, 노란상상, 그림출처: Yes24

바닷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바다라고 안전 할리가 없겠지요. 플라스틱 환경오염으로 검색만 해봐도 플라스틱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많은 동물 이미지가 검색됩니다. 특히 폐그물에 칭칭 감겨서 발견된 바다거북의 사진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지요. 인류의 편의를 위해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처음 개발된 인공 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다른 생물의 생체 내에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인류의 건강 또한 위협받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생물들의 미래가 우리 인간의 미래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그 부분도 확연하게 다뤄 주었습니다. 멸종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와 엄마 주변으로 가득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정리되지 않은 종이 전단지, 편안하게 노는 사람들. 결국 가장 힘없는 동물들부터 사라지겠지요. 그럼 마지막으로 남는 포유류는 반드시 인간이 될까요? 누가 그것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해 싸울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이기적인 발상이겠으나, 우리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인간에 의해 사라지는 많은 동물들의 서식지. 극심하게 변하는 기후, 사냥과 밀렵, 외래종의 침입, 공해. UN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은 생물종의 멸종 원인을 위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동물들의 서식지 감소입니다 (사이언스 타임스, 2020/01/10 기사). 자연적인 변화에 의한 진화와 멸종은 자연의 흐름이라지만, 위의 다섯 가지는 인류의 영향이지요. 이렇게 만들었다면, 개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처럼 인류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지구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인류세>라고 부릅니다. 자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꾸고 있는 인류의 방만한 삶이 담긴 이 단어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두 권의 책. 아름답고 예쁜 그림 안에 담겨 있는 진중한 메시지. 눈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관심을 함께 나눠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곧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 이 지구 안에서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오늘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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