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줍줍
요새 줍줍이란 단어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주식이 떨어져도 부동산이 떨어져도 준비하고 있다가 저렴 이로 막 주워 담는다는 뜻인 것 같다. 최근에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란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예전엔 그냥 어떤 책을 읽어라 정도라고 기억 되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땐 못 보았던 문장을 맘에 새기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이란 작가를 소개 하면서 사랑에 대한 통찰을 얘기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도서관에서 그냥 흩어지 듯 읽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을 27살에 섰으며 천재란 표현을 했다. 난 언니에게 “언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읽어봤지? 거실에 있는 언니에게 방문 너머로 흘러가듯 물어봤건만 언니의 첫 대답은 “그 작가 천재 잔아” 언니의 대답은 놀라웠다. “엄청 젊을 때 쓴 책 이래” 라고 난 답을 했고 언니의 두번째 답은 “ 그 작가는 통찰력이 대단해” 였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깊이가 다르구나.
박웅현 작가는 행복에 대해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했다. “난 행복 하겠어” 하고 본인이 선택하면 되고 행복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 줄 수 없다고 했다.
얼마전 친구가 이사를 했고 새로 옮겨간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예전은 신문도 집 앞으로 배달되고 음식물 찌꺼기도 아래층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 이사한 집은 현관 입구에 신문이 배달되어 매일 가지러 내려가야 되는게 약간 짜증이 났었는데 겸사겸사 신문도 가져오고 음식물찌꺼기도 버리고 나간 김에 아파트 마당이라도 한바퀴 돌고 오니 나름 좋은 점이 많다는 걸 얘기했다. 음식물 버리기에 난 격하게 공감하며 웃음이 났다.
얼마전 보름이 다가오는 달밤 문득 밖을 보니 지금껏 못 봤던 반달보다 조금 배부른 달이 배란다 가득 들어오는데 색깔이 그냥 노랑이 아닌 찬란한 황금색이었다. 그래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고 달 구경이나 할까? 내려갔는데 음식물 버리는 일도 너무 즐겁고 달 보고 황금 빛 소원도 빌어본다. 이렇게 멋진 달빛을 황금이 뿌려지는 듯한 영감을 받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맞다 삶에 대한 태도, 내가 선택만 하면 내 것이 될 수 있는 행복 이였다. 비트코인이나 테슬라만줍줍 하는게 아니었다. 달빛도 줍줍 할 수 있고, 쓰레기도 버릴 수 있고, 가을 달밤 공기도 줍줍하니 이게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 예전 같으면 나만 음식물 버리러 나간다고 꿍 시렁 했을 걸. 지금은 쓰레기 내가 버릴 꺼야 신나서 들고 나간다. 내 행복 줍기 이기 때문이다.
이사한 지인과의 두번째 일화. 그녀가 익숙해 있던 동네를 같이 걸을 일이 있었다. 새로 난 상가였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상가 앞에 너무 예쁜 꽃 화단이 있어서 내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을 했더니 나의 예쁜 친구도 놀란 듯이 대답한다. 그렇게 수없이 이 상가 앞을 지나면서도 꽃이 시선을 끈적이 없었다고 했다. 항상 간판을 보면서 담엔 이집에 가봐야지 뭘 먹으면 맛있을까? 보통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고 했다. 서로의 다른 시선에 놀라기도 하면서 서로를 닮아가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꽃을 좀 봐야겠다. 나는 간판을 보며 맛난걸 돈 되는게 뭘까? 시선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비슷하기에 좋아하고 다르기에 닮고 싶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행복이라 느껴진다.
마지막 일화. 얼마전 동네에 있는 맛집 곱창 집을 내려갔다. 항상 줄 서야 먹는 집이지만 요새 코로나로 시간만 잘 선택하면 기다리지 않음이 고마운 집이다. 곱창 대창을 시켜놓고 너무 밋밋한 거 같아 진로 두꺼비도 한 마리 모셔 뒀다.
내가 문득 언니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부족하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좋은데 꼭 한가지 더 말하라면 사랑 이만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더 행복 할 텐데……
사랑이는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20살 내 친구 코카 스파니엘이다. 사랑이 화장하고 온 날 이집에서 곱창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곁에 있으면 좀 더 잘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보고 싶은 맘에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좀 더 잘해 줄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는지 황금 달 빛에 살펴 봐야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