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버킷 리스트, 지금 그리운 것들, 1년단기 계획과 10년 장기 계획을 세우던 중 50년 최장기 목표 하나를 세웠다. 그거 하나면 아주 만족할 만하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8899.
“8899 내 손 내 밥”
나의 거창한 계획에 단호박 언니는 물개 박수로 환영을 나타낸다. 짐작하겠지만 팔팔하게 구십 구세까지 내집에서 내손으로 내가 밥을 해먹는 거다.
예전에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노부부 얘기가 나왔다. 거의 두 분이 한 두살 차이로 100세 가까웠지만 하루에 삼시 세끼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위해 반찬 6개를 기본으로 밥과 국으로 밥상을 차리셨다. 어디에 가 계시다 가도 밥 때에 맞춰 기다리는 할머니를 위해 서둘러 귀가하는 할아버지는 참으로 잘 생기셨다. 고봉으로 올라온 밥을 생선도 발라가며 밥 위에 놓아주시면서 드시던 두 분의 밥상머리 사랑이 기억이 난다.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 예기를 들어보거나 시설이 좋은 요양병원을 가봐도 그냥 내 집 만한데가 없다. 쿠쿠가 알뜰이 해주는 밥에 한두가지의 반찬이라도 공자가 다녀가시고, 붉은색 와인이 있고, 향이 좋은 커피가 있는 우리집 식탁이 참으로 좋다.
요새 문숙의 자연식이란 요리책에서 자연식, 치유식 요리를 보고 있다. 자연에서 온 생명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고, 아프리카 꽃들 같은 화려한 색의 야채 과일들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다.
노랑 불빛 가게에서 사오는 게이샤 원두의 맛을 잘 살리려는 고민을 하게 되고, 단호박 언니는 와인을 고르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뭐를 골라와도 맛이 있다. 언니가 와인을 고르는 비법을 알려주진 않는데 알고 보면 메달이 많거나 금딱지가 붙은 걸 고르는 것 같기도 하다. 맛있는 와인을 많이 먹으려면 체력이 좋아져야 되니 운동을 많이 할 이유가 생긴다.
8899 팔팔하게 99세까지 내 손 내 밥 하려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된다.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 건강한 식단을 위한 요리공부, 맑은 정신을 위한 명상
매일 실천해야 되는 일상의 루틴들, 단순하게 바꿔 나가야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