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로 가게 된 사연
구르미는 어느 중년부부의 세 아들 중 막내다.
구르미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고 있다.
엄마 아빠는 형들과 구르미를 '아들들'이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2층에서 내려오지 않는 첫째를 '하숙생', 먹성이 좋은 둘째와 막내를 통틀어 '두짐승'이라 칭하기도 했다.
동물과 사람을 구분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르미는 자신이 개인지도 모르게 그들과 어울려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아니 그들의 상전이 되어 호의호식하며 지냈고 가족들은 구르미의 눈치를 보며 구르미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해다 바치느라 전전긍긍했다.
아빠는 애견사료 공장에서 일을 하신다.
구르미에게 좋은 사료를 만들어주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산책하다 길에 붙은 지렁이도 뜯어먹는 먹성 좋은 구르미였지만 요상하게도 구르미는 아빠가 만든 사료는 일체 사절이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엄마는 유방암으로 기나긴 병원생활을 하다 수년이 흐른 어느 날 드디어 건강을 되찾고 인생도 되찾았다며 이제부터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이라 했다. 그렇게 선택한 일이 운동과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일이었다. 엄마가 일하는 곳은 ‘뭐 하냥? 어서 오개!’라는 쉼터인데 그때부터 구르미는 엄마를 따라 여러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