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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Dec 19. 2024

2부  과거를 찾아서

사랑이라 말해요 



김혜수는 유진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니?"

유진은 깜짝 놀라며 김혜수를 쳐다봤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이 아프고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아버지요?" 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엄마가 떠난 후, 아버지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죠. 술 외에는... 그게 전부였어요."

김혜수는 유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또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거니?"

"네..."

유진은 깊게 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강도에게 살해되셨어요. 자세한 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경찰은 그냥 강도살인이라고 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그럼 범인은 못 잡았니?"

"네," 유진은 잠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안에 돈 될 만한 것들이 모두 사라졌고, 단서가 될만한 흔적도, 증거도 없어서 경찰은 강도살인이라 결정했고, 결국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죽음은 그냥 미제사건으로 남았죠."


김혜수는 유진의 말을 듣고 그동안 쌓인 불안과 의문들이 고스란히 담긴 표정을 봤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네가 아버지의 죽음까지 겪었구나...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유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정말... 그랬어요. 아버지의 죽음도, 엄마의 떠남도, 부모님 대신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신것도, 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게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요."

"그렇겠지... 그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누구라도 그 감정을 다 소화하기 어려울 거야. 앞으로는 너의 행복만 생각해.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고..."

유진과 도훈은 이내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연락처를 남기고 김혜수의 집을 나왔다. 

유진은 어머니를 찾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이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없을줄 알았는데 이모를 찾아서 기쁘기도 하고 어머니를 계속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복잡했다. 그것은 도훈도 마찬가지였다. 


도훈은 서울로 돌아왔으나 유진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웠고, 그녀가 겪어온 고통이 마음속 깊이 남아 저며왔다. 그동안 유진과의 대화 속에서 느낀 상처와 아픔을, 감출수 없었던 도훈은 그녀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늘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유진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 보였고, 도훈은 그녀가 마음을 열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훈은 결심을 했다. 그녀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게 두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도훈은 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서 그녀가 불편해할까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도훈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씨 잠깐 만날수 있을까요?"

유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약속을 잡고, 유진의 집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날, 도훈은 유진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애썼다. 그동안 유진이 쌓아왔던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유진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유진도 그런 도훈의 진심을 느끼면서 점차 마음을 여는 듯했다.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어느날 유진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저 그래도 엄마는 계속 찾고 싶어요. 나쁜 결과가 있더라도... 모든걸 다 알고 싶어요." 

도훈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유진도 싫지 않은지 도훈의 가슴에 기대어 안겼다. 

유진은 도훈의 그 미소에, 그리고 그의 진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동안 겪어온 모든 아픔을 함께 치유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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