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부야. 내 이름은 최근에 생긴 이름이야. 예전에는 이름이 없었어. 딱히 불러주는 이름도 없었거든. 난 어릴 때부터 마당 한쪽에 묶인 채로 지냈어. 모두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나는 태어나서 3년 동안 한 번도 털을 깎아 본 적이 없었고, 그 털들은 마치 무거운 갑옷을 두른 것처럼 내 몸에서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그 또한 원래 그런 줄 알고 살았던 거야. 그래도 사료는 꼬박꼬박 챙겨줬기 때문에 난 내가 불행한 개인지 전혀 몰랐어.
아빠가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난 너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어. 내 곁으로 다가 오기만 해도 좋았고, 나를 쳐다만 봐도 좋았어. 난 늘 그의 사랑을 갈구했나 봐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풀어주고는 가버렸어. 그리고는 그 낯선 곳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지. 그때부터 나는 집을 찾아가기로 한 거야. 하지만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냄새를 쫒을 수도 없고 방향을 알 수도 없어서 길을 떠돌게 된 거지. 흐르는 냇물에서 목을 축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큰 도로까지 가 봤는데... 그때마다 겁이 났지만, 배는 고프고 갈 곳은 없고…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를 보호소에 데리고 온 거야.
그곳에서 내가 '안락사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난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어. 이곳에 오고서야 알게 되었지. 선생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거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는 분양되지 않는 유기견들을 모두 안락사시킨다고...
쉼터에 도착했을 때, 처음 본 사람들이 내 엉킨 털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깎아주기 시작했어. 매일 느꼈던 무거운 갑옷 같은 털들이 점점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드디어 나는 가벼운 몸을 갖게 되었어. 몇 시간 동안 털을 깎아주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털이 자라면 두부처럼 하얗고 예뻐질 것이라며 "두부"라고 불렀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무서웠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좋은 음식을 주고, 가끔 장난감도 던져줬어. 내 몸이 점점 나아지면서 장염과 기관지염도 치료되었고 병원에 가서 탈골 수술도 받았어.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팠지만 왜 그런지 몰랐거든. 묶여 있으면서 목줄에 의지한 채 두 발로 서서 버티는 행동이 내 다리에 무리가 되었나 봐.
나는 하루하루 더 건강해졌어. 그리고 내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지. 이제는 낯선 사람도 곁에 있으면 편안하게 느껴지고,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게 됐어. 이곳 쉼터로 와서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나는 ‘두부’라는 이름이 좋아.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거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겨줘. 어쩌면 나를 사랑해 줄 새로운 가족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때까지 나는 두부라는 이름으로 평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