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작은 소원
그때에 나는
예쁜 빨간 샌들을 신고
하늘하늘 춤추는 것처럼 걸으며
살짝살짝 뒤돌아보면서 영화처럼 웃고 싶었다
누군가 내 인생을 지켜보는 존재가 찰칵 찍는 것 마냥
아니 내가 나를 저 뒤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이 순간을 황홀한 사진처럼 기억하기 위해
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렇게 웃으며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을 잡고 뛰고 싶었다
옛 영화 패러디처럼
나 잡아봐라 까지는 아니어도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사랑했던
그때처럼
웃으며 서로 바라보고
웃으며 뛰고
훅 들어오는 스킨십에 얼굴 붉히며,
든든한 손을 잡고
거리를 춤추듯 걷고 싶었다
빨간 샌들을 사고
일 년이 넘게 신발장에 보관하면서
매일매일 기다리던
그런 날은 오질 않았다
단 하루
단 한순간 이면
몇 년을 되새김질하면서
행복해했을 나인데
신중히 신발을 고르고 골라
신발을 주문하고
오래 걸려 받은 신발이 신발장에 자리 잡고
일 년이 지나가도록
나는 단 한 번도 그 신발을 신지 못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꼭꼭 싸매고
칭칭 감 아매서
나는 그 신발을 다시 신발장 깊숙이 넣어뒀다
알고 있다.
내 인생에
내가 그 빨간 샌들을 신고 영화처럼 살랑거리며 걸으며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을 날은
없다는 걸..
언젠가,
나중에,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다시 신나게 춤추며 걷고 싶은 날이 생기면
제일 좋은 디자인에
빨간 샌들을 살 거야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
명품이든
시장에서 떨이로 파는 신발이든
인터넷에 널리고 깔린 그린 신발이든
마음에 쏙 드는 빨간 샌들을 신고
하하호호 웃으며
걷는 그곳이 어디든
나는
사뿐사뿐 걸으며
뒤돌아보고 활짝 웃을 거다
빨간 샌들이 내 발에 착 붙어서
다시
내 얼굴이 명랑하게
활짝 피는 날
나도 봄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