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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Mar 28. 2022

그때의 나는

이루지 못한 작은 소원


그때에 나는


예쁜 빨간 샌들을 신고

하늘하늘 춤추는 것처럼 걸으며

살짝살짝 뒤돌아보면서 영화처럼 웃고 싶었다

누군가 내 인생을 지켜보는 존재가 찰칵 찍는 것 마냥

아니 내가 나를 저 뒤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이 순간을 황홀한 사진처럼 기억하기 위해


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렇게 웃으며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을 잡고 뛰고 싶었다

옛 영화 패러디처럼

나 잡아봐라 까지는 아니어도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사랑했던

그때처럼

웃으며 서로 바라보고

웃으며 뛰고

훅 들어오는 스킨십에 얼굴 붉히며,

든든한 손을 잡고

거리를 춤추듯 걷고 싶었다



빨간 샌들을 사고

일 년이 넘게 신발장에 보관하면서

매일매일 기다리던

그런 날은 오질 않았다


단 하루 

단 한순간 이면

몇 년을 되새김질하면서

행복해했을 나인데


신중히 신발을 고르고 골라

신발을 주문하고

오래 걸려 받은 신발이 신발장에 자리 잡고

일 년이 지나가도록 

나는 단 한 번도 그 신발을 신지 못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꼭꼭 싸매고

칭칭 감 아매서

나는 그 신발을 다시 신발장 깊숙이 넣어뒀다


알고 있다.

내 인생에

내가 그 빨간 샌들을 신고 영화처럼 살랑거리며 걸으며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을 날은

없다는 걸..


언젠가,

나중에,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다시 신나게 춤추며 걷고 싶은 날이 생기면

제일 좋은 디자인에

빨간 샌들을 살 거야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


명품이든

시장에서 떨이로 파는 신발이든

인터넷에 널리고 깔린 그린 신발이든


마음에 쏙 드는 빨간 샌들을 신고

하하호호 웃으며


걷는 그곳이 어디든

나는 

사뿐사뿐 걸으며

뒤돌아보고 활짝 웃을 거다


빨간 샌들이 내 발에 착 붙어서

다시

내 얼굴이 명랑하게

활짝 피는 날

나도 봄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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