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소통가 Jun 21. 2024

명상할 때 나타나는 신체화 장애 현상

명상하면 편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상을 하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경직되었던 몸과 마음이 이완되어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죠.

불안정한 잠을 자는 것보다 아주 짧은 시간 명상을 하는 것이 더 도움 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명상을 하며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아갈 때쯤 예상치 못한 복병이 찾아옵니다.

바로 신체화 장애 현상입니다.


신체화 장애는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로 마음의 괴로움이 오래 지속되었을 때 신체적 증상이 발생하는 걸 말합니다. 이런 현상은 얼핏 질환처럼 보여 병원을 찾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 줄 모른 채 고통받으며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명상을 잘해오던 사람도 갑작스럽게 신체화 장애 단계를 경험하면 명상을 지속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습니다.

좋으려고 시작한 명상인데 더 좋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럴 만도 하죠.




명상을 하는데 왜 신체화 장애 현상이 일어날까요?

늘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잘 돌봐주는데 말이죠.



명상 중 경험하는 다양한 신체화 장애 증상이 있습니다.


- 일상 활동 수준으로 가만히 앉아있을 뿐임에도 다리 저림이 매우 극심하거나,

-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지기도 하고,

- 기면증과 비슷하게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드는가 하면

- 불안함이 가중되거나

- 혼란스러운 상상들이 끊이지 않기도 합니다.

- 또 몸이 제멋대로 떨리듯 움직이거나,

- 발작하듯이 움찔거리기도 하며,

- 신체 곳곳에서 갑작스러 통증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아주 독특하고 다양한 증상이 일어납니다.


수행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 부분이죠.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멀어지기 위해 명상을 시작하지만 오히려 고통을 마주하는 아이러니에 빠집니다.




온 세상이 지진으로 흔들릴 때는 내 몸이 흔들리는 것이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안전지대를 찾아 달아나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어느덧 지진이 멈추고 세상이 차분해지면 그제야 지진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이것이 명상 중 나타나는 신체화 장애 현상의 적절한 비유입니다.


외부 환경 조건에 의해 마구 흔들리던 마음이 차분해지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내면에 쌓아두었던 흔들리는 것들이 드러납니다. 아직 이것을 단번에 꿰뚫을 만큼 마음이 예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적 증상으로 증폭되면 비로소 감지하는 것입니다.



애초에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지 편안한 상태에 도달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려는 것입니다.


왜 직면하느냐고요?

괴로움의 원인을 통찰하면 괴로움이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만 솥뚜껑임을 알면 즉시 놀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솥뚜껑에 메이지 않고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게 되죠.




명상 초심자들이 신체화 장애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일단 신체화 장애가 감지되면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증폭되죠.


가장 비중이 높은 신체화 장애는 다리 저림입니다.

명상 도중 찾아오는 저림 현상은 가볍게 넘어가지지 않습니다.

신체화 장애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감각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저림과는 농도가 매우 다릅니다.

덫에 걸린 듯 벗어나고자 하면 더욱 옭아매는 성질의 감각입니다.


자세를 바꾸어 앉으면 잠시 괜찮다가도 곧 고통의 늪으로 빠집니다.

마음은 점점 힘들고 괴로우며, 통증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합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난 듯한데 실제로는 1분이 채 지나지 않았죠.


더 이상 명상이 편안하지 않고 원수 같습니다.

언제쯤 이 시간이 끝날까 하염없이 고통하거나 오늘은 날이 아니니 그만하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신체화 장애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명상과 작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경험한 가장 순수한 극복 방법은 참회와 용서, 그리고 감사입니다.


1)

먼저 이 단계에 도달한 자신에게 감사하세요.

드디어 외면했던 내면의 문제들을 직면할 기회입니다.

끝없는 고통의 바다를 지나 마침내 이 순간에 닿았습니다.

이것은 상처를 소독할 때 느끼는 그 따끔한 감각일 뿐,

뭍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물장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치유의 뭍에 닿기 위한 물장구를 지속하세요.

그리고 지금 그럴 기회가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2)

또 감지한 고통의 크기만큼 미안함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마음이 그동안 이렇게나 힘들었다는 뜻이거든요.

그걸 몰라주었던 모든 순간들에 참회하고,

이 순간만큼은 외면하지 않겠노라는 연민을 품으세요.

마음을 다해 끌어안으세요.

그리고 이 고통을 용서하세요.


3)

이제 고통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끈기 있게 애정을 가지고 따라가 보세요.

그 감각 끝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어느덧 고통은 온 데 간 데 자취를 감추고, 창가에 스민 햇빛에 부유하는 먼지가 보이듯이 하늘거리는 온갖 변화들만이 드러납니다. 그것을 그저 지켜봅니다.




모든 문제의 발견은 축복이자 기회의 순간입니다.

만약 명상중 신체화 장애를 만났다면 기뻐하세요.

치유의 뭍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릴 기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