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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27. 2022

퇴원 후 첫 일요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루퍼트는 이틀에 한번 꼴로 병원에 간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는 날. 물론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도 해야 한다. 신장 수치가 떨어져야 하고, 전해질 수치가 올라가야 하며, 폐에는 물이 차 있지 않아야 한다.

루루가 병원을 무서워하는 바람에 검사하는 것 자체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의사는 판단하였다. 내원 전 진정제를 먹여야 하고, 검사가 끝나는 즉시 집으로 가라고 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 될 것이다.


검사는  15 정도 걸렸다.  시간 속에서 병원을 들여다보니, 많은 강아지들이 아파서 병원을 오가는구나. 보호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치료를 움직이고 있다.


그 전엔 루퍼트에게 신경이 온통 쏠려서였겠지만 나는 병원이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었다. 대기실에서 한 시간마다 호흡수를 보고 받고, 하루 두 번의 검사를 진행하며 긴박했던 순간을 보낸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다. 나는 대기실에서 눈물을 훔치며 몇 시간을 앉아있었고, 루퍼트의 상황을 지켜보고 희소식이 설마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었지만 그것이 마치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리도 간사하더냐. 하지만 대기실에서 의사의 소견만을 기다리며 앉지도 못하고 서서 기다리는 한 보호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마음만큼은 알 것 같아서. 또 눈치껏 상황을 지켜보자니, 정말 크게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아서. 나도 저런 상황까지 갈 뻔했지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뭐랄까,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정육면체 속 안의 한 모서리에 검고 붉은 열 같은 게 답답한 모습으로 차지하고 있다'라고 공감각적으로 경험되더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 보호자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의사의 얼굴과, 동시에 다른 한쪽 문에서는 검사를 마쳤다며 루퍼트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은 생과 사의 순간을 모두 한 공간에 담은 것 같은지라 '한 공간에 고양이는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아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이야기가 어쩐지 떠오르더라.


손바닥 뒤집기 같은 양면의 세계. 물리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아도 반드시 존재하는 동시다발적인 대칭 상태. 여기에서 간혹 벌어지는 기적은 공간마다 랜덤으로 위치하는 웜홀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할까? 맑은 하늘과 봄 햇살이 있는 오후, 마치 꽃이 금방이라도 필 것같은 냄새를 맡으며 나와 루퍼트는 그 웜홀을 통해 그 공간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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