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내내 루퍼트에게만 집중했다. 정확히 일주일 만에 루퍼트는 좋아졌고 잘하면 퇴원을 이번 주말에 할 수 있다고 한다. 체중이 많이 빠져서 걱정이긴 한데, 병원에서 한번 자주 조금씩 먹여보겠다고 했다. 아마 많이 먹이면 구토할 수도 있고 게다가 토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폐에 들어가 다른 형태의 폐렴으로 진행될까 하여 음식을 적게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처음 폐수종이 왔던 2월엔 아예 밥을 주지 못했었다. 호흡이 너무 안 좋아서 먹을 상태가 아니라며. 그때 2.9킬로였던 강아지가 12일 만에 2.1킬로가 되어 돌아왔다면 지금은 2.1로였던 애가 1.8킬로가 된 것이다. 아프면 그렇게 살이 빠진다.
그래도 내부적인 것은 약물로 잘 조절이 되는 상태라 마음이 놓였다. 사실 나도 일주일 만에 체중감량을 하였다. 먹은 게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루퍼트가 차도를 보이고 퇴원이 가까워진다고 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점심엔 집에서 봉지 냉면을 먹었고, 저녁엔 뭘 먹을진 아직 모르겠다만. 그제 밤에 먹다 남은 샴페인 한잔 마시면서 오늘 이 지루한 밤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 보려 한다. 루퍼트를 기다리는 마음, 루퍼트를 보낼 수도 있는 안타까운 마음, 루퍼트를 그리워하는 마음, 루퍼트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마음이 교차한다. 그 교차점에서 찾을 수 있는 감정은 여러 가지인데, 역시 이 감정은 분명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불가항력에 대한 무기력한 나의 마음이다. 세상 모든 것에 만남이 있는데 어찌 이별이 없을 것이냐,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이 연을 빛나게 해야지. 그러나 그 빛은 손에 닿아도 잡을 수는 없더라. 창가에 흐린 하늘이 보이고 내 눈앞에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샴페인 잔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은 이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생명이 아닌 것들도 어차피 떠날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