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시간
가끔 뵙는 분이 있다. 뇌성마비로 걷지 못하지만 가족이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나오신다. 매주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함께 하시는 분이 일요일 근무가 있어 그럴 때면 집에 계셔야 했다. 아이처럼 활짝 웃는 얼굴이 만나면 반갑다고 웃는다. 머리는 희긋희긋하지만 하얀 이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 얼굴이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수줍어 하는 모습처럼 말도 길지 않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가볍게 얼굴을 끄덕인다. 그런 그녀가 오늘 예배 후 빨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신다. 화창한 날씨에 꽃 냄새가 살짝 풍기는 따뜻한 오후 창 밖으로 내민 그녀의 손과 웃는 얼굴이 보인다. 듬직한 분의 운전하는 차에 몸을 맡긴 채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일예배 후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무릇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프랭클린의 포로수용소라는 책을 읽다 인상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수용소에서의 강제노동과 배고픔으로 늘 죽음이 그들과 함께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삶은 이겨내기에 너무 버거운 고통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 바닥에 앉아 수프 그릇을 들고 있는 우리에게 동료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러더니 점호장에게 가서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보라는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우리는 서쪽에 빛나고 있는 짙은 청색에서 핏빛으로 끊임없이 색과 모양이 변하는 구름으로 살아 숨 쉬는 하늘을 보았다. 진흙 바닥에 파인 웅덩이에 비친 하늘의 빛나는 풍경이 잿빛으로 지어진 우리의 초라한 임시 막사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감동으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모습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절망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상황을 묘사한 듯한 초라한 막사의 잿빛 모습은 하늘의 아름다움을 더 강하게 빛나는 듯하다.
인간은 늘 욕망이 있다. 배고픔이 해결되면 그 이상을 바라는 욕망이 있다. 그로 인해 새로운 탐구는 성장과 발전을 가져왔지만 만족하지 못하며 그 이상을 외친다. "more more"이라고 외치게 되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게 된다. 나를 둘러싼 좋은 사람들의 미소와 인사, 햇빛으로 가득한 오후의 한가로움을 느긋하게 즐길 여유, 하늘에 떠 있는 다양한 구름을 마주할 마음, 신선한 공기를 내뿜는 나무와의 인사들이다. 이 아름다운 것을 놓칠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마주친 가시로 아파하게 된다.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보다 해야 할 일의 고됨이 지치게 한다. 늘 보던 이들이 더 이상 반갑지 않게 된다.
여행이라는 것은 모든 것에서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 것 같다.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워져 있는 무한한 자원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해서 여행이 즐겁다면 그것은 일차원적인 여행이다. 늘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공기는 다르다. 어제의 사람과 오늘의 그 사람도 다르다. 같다는 전제하에 바라보기에 새롭지 않고 그럴 것이다라는 나의 전제가 있기 때문에 변화를 감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반갑고 그의 말을 반가이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이 되어 돌아오기 위해서다. 죽음 같은 고통 속에서도 하늘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은 따뜻한 햇살의 고마움을 알 것이다. 멀건 수프를 먹으면서도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예술을 느끼고 작은 유머를 만들어 웃음을 만들어 가는 그들의 모습은 진흙 속의 진주처럼 고귀하다.
하지만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느껴지는 행복은 그에 비례해서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돈으로 햇빛을 사거나 공기를 사서 통장에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엄두도 못 내는 비싼 것을 먹고 몸을 감싸지만 그것은 그때뿐이다.
그렇다. 인생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관광객은 자신이 보려는 것만을 보고 여행객은 보이는 것을 보는 이라고 한다.
내 눈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이고 누군가의 미소가 보이면 이는 벌써 여행객이다.
내가 보는 것이 다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듣는 것이 다 들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린 마음에 따라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따라 이 세상을 사는 것 같다.
다 다르게 살아간다. 똑같은 세상인 듯 하지만 모두 다르게 반응한다. 경험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오늘 그 다름이 나를 아프게 한다면 가만히 자신을 토닥토닥해 보자.
너무 바쁘게 살아온 자신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하늘과 나무를 다시 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고.
우린 배고픔의 고통을 넘어서 마음의 허기를 느낄 때가 있다. 그동안 살피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토닥토닥해 보자. 어느 순간 그녀의 미소가 눈에 들어오고 내 주변의 좋은 이들처럼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