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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r Kwak Feb 07. 2024

어학공부 시작.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쉽지만은 않다.

어학원에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다양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공함 도착 9월 4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라이부르크로 이동 9월 5일.

어학원 등록 및 기숙사 이동 9월 5일.



그리고 9월 6일. 어학원의 수업이 시작됩니다. 이제 진짜 유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니 아직은 어학공부생인가요? 저의 첫 어학원은 괴테 인스티튜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학원이었습니다. 전 세계 90개 도시에 분관이 있음은 물론 한국에도 서울, 대전, 광주, 대구 그리고 부산까지 5개의 분관이 있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고, 잘 가르친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네,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학을 했던 2016년에서 이미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상태라 그 당시에 얼마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월에 1천 유로 이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찾아보니 월 1.099유로로 책정이 되어 있는데요, 저는 기숙사를 포함해서 등록을 했기에 거의 1,500유로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와이프와 2인분으로 하면 월에 어학원과 기숙사비만 거의 3천 유로, 거의 350만 원입니다. 때문에 어학을 하는 내내 이곳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앞서 전편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2달간 기숙사에 머무르면서 어학을 하고, 그 기간 동안에 다른 도시에 집을 구하는 계획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죠. 2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을 정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트에 위치한 괴테 어학원에서 첫 어학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B1 레벨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어학원의 수업은 가장 기본적인 입문반인 A1에서 시작을 해서, A2, B1, B2, 그리고 C1 혹은 공인시험 준비반으로 구성이 되는데요, 괴테 어학원은 자체 시험이 있고, 일부 의대 등 대학에서는 C2 레벨을 요구하기에 C1와 C2반까지 총 6개의 반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독일어를 배운 지 겨우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저에게 독일에서 독일어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 짧게 2달 동안 콤팩트하게 문법을 한 바퀴 다 돌리고 해당 수업자료를 가지고 독일로 나왔기에 문법은 열심히 공부를 하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도 문법에서는 앞선다고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듣기와 말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추후에 또 한 번 자세히 이야기를 드릴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말 자체가 많은 중동 지역의 친구들이나, 알파벳이 비슷하고 비슷한 단어가 많고 문법의 구조가 비슷한 영어권이나 다른 유럽권에 사는 친구들보다 우리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말하기와 듣기는 어쩌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리고 개인편차가 심하긴 하기에 이렇다고 확정 지어서 말하긴 어려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말하기와 듣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오죽하면 수업시간에 '아니 쟤들은 같은 A2 레벨인데 말을 왜 저렇게 잘해?'라고 생각을 하고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였죠. (하지만 이후에 알고 봤더니 영어권이나 프랑스어권 등의 나라 친구들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영어나 자기 모국어 단어를 섞어서 말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학원 선생님들도 대부분 특히 영어는 잘 구사를 하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다 이해해 주고 답을 해주는 것이었죠. 100% 정확한 문법과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주눅만 들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어학 수업을 하면서 때론 좌절도 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몸짓 발짓을 섞어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연습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배우며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을 사귀고 성장해 나가며 저의 어학생활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 괴테 인스티튜트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는 어학원 내에 자체 개설된 프로그램이 꽤나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은 물론, 도시 골목기행, 근처 대학교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기, Willkommen Party라고 하는 개강파티(?), 소규모 모임까지 다양했죠.



이렇게 어학원의 대자보에는 많은 현재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붙어 있는데요, 인원 제한도 있기에 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도 COLMAR와 같은 근처 프랑스 소도시 여행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이미 인원이 꽉 찬 상태여서 갈 수 없었다는 아쉬움도 있었죠. (하지만 이 아쉬움은 이후에 프랑스 친구의 권유로 함께 스트라스부르크라는 소도시를 여행하며 달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 중에 저는 몇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 골목기행, WILLKOMMENSPARTY, 그리고 악기 연습을 위한 방대여를 해보았죠. 악기 연습은 일반적으로 음대를 지원하는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플룻을 취미로 불고 있는 와이프를 위해서 예약을 했고 함께 주말에 쉬면서 놀면서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부분은 WILLKOMMENSPARTY입니다. 환영파티라고 개강파티와도 같은 개념인 이 파티는 매월초에 새로운 반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서 함께 클럽이나 펍에 가서 맥주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는 파티였는데요. 외국의 이러한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그리고 영어에도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정말이지 곤욕 그 자체였습니다. 독일어도,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저와 와이프는, 그렇다고 사교성이 넘치는 E형도 아닌 저희는 몇몇 대화를 시도해 보았고, 짧은 대화를 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둘이서 테이블에 남이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울리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저희만이 아무도 찾지 않은 무인도에 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파티는 독일에 8년째 머무르고 있는 지금도 어렵기만 합니다. 회사에서 여름에 Summerfest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Weihnachtsparty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두 번 직원들 모두가 모이는 파티를 하는데, 이때에도 사실 대화를 이어나가고 그 속에서 그저 즐겁게 보내기에는 너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먼저 대화를 걸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어가다 보면, 제가 틀린 문법으로 이야기를 해도, 더듬더듬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대화를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있었죠. 때문에 주눅이 많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나도, 8년 전의 나도. 물론 지금보다 말을 더 못 하고 더 못 알아 들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먼저 다가가고, 한 발만 더 먼저 다가가고, 한 마디만 더 먼저 건넸어도, 그렇게 무인도에 떠 있는 외로운 섬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이렇게 문득 예전의 사진을 찾아보며, 그때의 사진들을 보며, 그때를 추억해 봅니다.

그리고 모든 게 서툴렀고, 어색했고, 부끄러웠고, 소심했던 저를 만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왔노라고, 어학시험도, 대학원 시절도, 논문 발표도, 입사도, 그리고 지금 직장생활도 모두 잘 해내왔고 해내고 있노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즐겨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어제는 어떠셨나요?

어제의 나에게,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 잘해왔다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의 한마디 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추신. 독일어는 서툴러도 독일 맥주에는 서툴지 않았던 과거의 저였나 봅니다. 아쉬움은 한잔의 맥주와 함께 털어버렸던 날들이 이어지네요. 여러분도 혹시 아직 가슴속에 묻어둔 과거의 아픈 기억,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면 한잔 맥주처럼 꿀꺽 마셔버리고, 훌훌 털어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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