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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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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Mar 14. 2024

더럽게 살거야



어린이 센터에 출근할 때는

까마귀처럼

아래 위로 검은 색 옷을 입는다.

보통 센터의 복장 방침이 그렇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깨달은 장점은

왠만큼 때가 타는 것은 눈에 잘 안보이고

아기들이 흘린 침이나 콧물, 음식물 등은 눈에 잘 띄어서 오물을 찾아서 닦아내기가 수월하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출근복장은 거의 버리는 복장이라고 생각하고

에라이 모르겠다하고는 아무데나 털썩 앉고

눈물콧물침음식물 범벅인 아이도 털썩 안게 된다.


아기들과 일하기 전에는 옷에 뭐가 묻을까봐

얼마나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웠던가.


털썩 앉고 털썩 안게 되고 보니

엉덩이 붙이고 쉬고 마음껏 뒹굴고 경험하고 놀 장소가 더 많고

안아줄 생명들이 많아졌다.


자유.

세상에 드러누울 자유,

표현할 자유,

더 많은 것을 마음껏 누릴 자유가 생겼다.

옷과 청결, 완벽의 노예되어서

많은 것을 제한하고 갇혀살지 않고

마음대로 멋대로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한창 꾸미고 다닐 때는

얼마나 남의 시선을 또 신경썼던가.


맨얼굴로 머리가 삼발이 되는 지금,

아무도 나를 쳐다보기를 바라지 않을 때

마음껏 표정을 짓고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

아무곳에서나 졸리면 졸 수 있는

꾸밈없는 내가 되는 자유.


이 자유를 알았다면

진작에 세상을 더 만끽하고 살았을텐데.

-자유만이 자유를 가져온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너무 오래 살았어.

꾸민 모습으로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있는 구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있게 인정하며 사는 것이 아니다.

늘 맨모습이 드러날까 불안해 하며 사는 것.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되었다.

꼭 까마귀같이 입고서만 자유를 누릴 것이 아니라

무엇을 걸치든 내 본모습으로 살 것.

그게 안정이고, 자신감이고, 자존감이고, 사랑이다.

나를 향하고 세상을 향한.


좋아.

이제는내가 가진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츌근할거야.내 마음대로 나를 표현하고

기분 좋은대로 입고 싫은대로 입고

가장 나 답게

남의 눈에 최고든 최저든

아이들의 침을 묻히고 바깥의 흙을 묻히고

아무데나 털썩앉고

아기들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머리가 삼발이되어도

내가 웃고싶으면 찢어지게 웃고

울고 싶으면 또 찢어지게 울어야지.

내 얼굴로

내 모습으로.

쥭어도 살아도

내가 내 모습은 알고서

죽고 살아야할 거 아니야.


더럽고

망가지고

자유로울란다.

내 자신이 되련다.


적는 글, 맞춤법 체크도 필요없닼.

이 지저분한 오타와 문장의 글이

내 있는 그대로의 민낯이다.

오늘 하얗고 깨끗한 브런치 창에

거하게 침묻히고 코묻히고 갑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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