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원하는 것만 배우는 제멋대로 강아지
그런 두리가 귀신 같이 잊지 않고 잘하는 재주 하나는 바로 '기다려, 앉아'이다. 이건 만 3개월이 넘은 이후부터 바로 익혀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잊지 않고 잘 해내는 것이다. 3개월이 지나 개껌을 시작으로 먹어도 되는 간식을 급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익힌 재주이다. 두리가 간식만 보면 너무 신난 나머지 집안 곳곳을 방방 뛰어다니다 지치는 것도 그렇고 혹시라도 다칠 까 봐 걱정되었다. 간식을 먹으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과연 이렇게 어린 아기가 알아들을까? 생각보다 두리는 간식 앞에서 매우 말을 잘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 기다려, 앉아의 뜻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잠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동영상에서는 그리 오래 앉아 있진 않았지만, 숫자로 열을 세고 있을 때에도 가만히 잘 기다리기도 했다.
기다려, 앉아의 성공 이후로 손이나 엎드려 등도 가르치고는 있으나, 현재까지 익힌 개인기는 사실 서너 개 정도이다. 간식을 두 손 중 하나에 숨기고 어디에 있는지 앞발로 짚어 찾게 하는 일명 야바위(...)와 손가락 인형으로 방향을 가르쳐서 고개를 까딱 숙이는 안녕하세요. 정도이다. 앞에서 말했듯 두리는 마이웨이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간식이 바로 나올 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잘 익히려고 하지 않았다. 두리의 앞발을 내 손에 얹어서 가르쳐도, 얹기 싫다고 금방 빼낼 정도로 의사 표현이 매우 강력하다. 다른 개인기도 간식을 계속 주면서 가르치고 있었는데...!
하지만 두리를 급하게 제어하거나 진정시켜야 할 때 가장 필요한 기다려! 를 익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이상, 바깥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돌발적인 사고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늘 신경을 써야 하지만, 잠시라도 일이 생겨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 있을 때 제어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두리를 급하게 제어할 정도의 사고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기다려! 를 간식 급여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두리와 007 빵을 하는 것이다. 내가 빵! 하고 소리를 내면 발라당 눕는 고도화된 기술 말이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007 빵을 익히는 날에는 브런치에도 바로 자랑을 하겠다. 물론 익히지 않아도 두리는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