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중요하다. 목표는 행동을 이끈다. 목표가 세워지면 동기가 생긴다. 효율적인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일은 더 쉽게 얻도록 돕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목표를 세운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목표를 세우고, 효과적인 목표 설정 전략을 배운다.
그러나 우리는 목표 설정에 대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목표의 성격에 따라 목표를 향한 동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고시 공부, 영어 공부를 하는데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대화를 통해 그 원인을 찾다 보면, 과거의 실패 경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험에 떨어진 경험, 공부는 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공부하려는 동기를 떨어뜨린다.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면, 자연스럽게 결과에 신경 쓴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한다. 현재 자신의 성과와 수준을 확인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쉽게 의욕이 꺾인다. 결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그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자기 의심이 반복 생산된다. 목표만 세우면 목표가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 갈 줄 알았는데, 목표가 내 의욕을 꺾어놓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은 목표, 목표 설정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중 수행목표(Performance Goal)와 숙달 목표(Mastery Goal)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수행목표는 성취나 성과에 초점을 맞춘 목표다. 수능, 영어 시험, 중간 기말고사에서 특정 점수를 얻거나 시험 합격, 취업 성공 등이 그 예다. 우리가 목표에 대해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개념이 수행목표다.
우리는 대부분 수행목표에 익숙하다. 치열한 경쟁 환경이 주된 원인이다. 늘 남들과 경쟁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예민하고, 성과를 얻기에 조급하다. 수행목표에 익숙해지면 평가에 예민해진다. 내가 경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정보가 목표에 가까이 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반면 숙달 목표는 어떤 일에 숙달되고 능숙해지려는 목표다. 그 일을 마스터하고 전문성을 가지려는 목표다. 숙달 목표를 세운 이들의 관심은 성공과 실패를 넘어 그 일에 더 능숙해지고 많이 알고,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한다.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그 일의 숨겨진 영역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숙달 목표를 가진 이들은 자신이 하려는 일을 깊이 파고든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고, 그 일을 자신의 정체성에 통합하려고 한다. 그 일이 자신의 주된 관심사로 삼고, 나의 강점, 나의 프라이드로 삼는다. 숙달 목표를 가지고 오랫동안 그 일에 집중한 이들은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남들이 볼 때 ‘저게 가능해?’, ‘외계인인가?’하는 경지를 만든다. 잘한다를 넘어 ‘개(?) 잘한다.’, ‘지린다.’는 찬사를 이끌어 낸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남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고, 탄식을 이끌어 낸다.
물론 일상에서 수행목표와 숙달 목표 모두 필요하다. 모든 일에 숙달될 필요가 없고, 정해진 기한 내에 효과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성취목표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사회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고려할 때 수행목표만 가져서는 안 됨은 분명하다. 지식과 기술기반의 사회로 발전하며 사회는 전문화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원한다. 더 이상 일정 수준의 능력만 갖추면 채용해서 교육시키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공채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인력을 원하는 기업의 채용 추세는 이를 반영한다. 예리하게 다듬어진 능력을 선보일 수 없다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숙달 목표를 취하려면?
익숙한 것을 바꾸기란 어렵다. 목표의 성격도 그렇다. 오랜 시간 수행목표에 길들여졌는데, 갑자기 숙달 목표를 사용하기란 어색하다. 목표의 성격을 바꾸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연습이 필요하다. 한 번에 달라지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연습해야 한다.
숙달 목표를 가지려면, 필히 품어야 할 자세가 있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다. 수행목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경직된 경우가 많다. 작은 실패를 경험하면 그 경험을 실패의 신호로 인식한다.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몸과 맘이 굳고, 그 일에 대한 동기를 쉽게 잃는다. 그러나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전체 일의 실패의 신호로 여긴다면, 숙달 목표로 접근할 수 없다. 어떤 일에 숙달되려면 능숙해지려면, 시행착오와 실패는 당연히 따라오는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일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시행착오는 '개선과 변화의 기회'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시행착오가 일어나는 지점은 기존에 하던 방법이 잘못됐음을 인식시켜주는 순간이다. 잠시 불편한 감정이 따라오지만, 이러한 감정은 피드백을 얻으려는 욕구를 만든다. 막히거나 시행착오가 생기면, 피드백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찾을 수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는 피드백을 통해 발전의 기회라는 경험과 인식이 쌓이면, 시행착오는 더 이상 실패의 신호로 작동하지 않는다.
숙달 목표에 익숙해지려면 ‘성장, 발전하는 느낌’에 매료돼야 한다. 숙달 목표를 가지고 목표에 매달리는 이에게 가장 큰 보상은 ‘성장하고 발전하는 느낌’이다. 내 능력과 기술이 달라지고 변화됐을 때 느끼는 희열이 최고의 보상이다.
숙달 목표를 향해 가려면 성장한다는 감정을 먹으며 다가가야 한다. 성장의 보상을 얻으려면, 발전했다는 느낌에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전체적인 능력이 향상됐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숙달 목표를 취할 수 없다. 작은 변화라도 발견하고 기뻐할 줄 알아야 숙달 목표를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그것에 반응할 줄 아는 예리한 감각이 필요하다. 감각은 자주 사용하면 예민해진다.
시대는 갈수록 전문화된 개인을 요구한다. 수행목표는 일정 수준의 스펙을 쌓기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는 일정 수준의 스펙을 쌓은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능숙하고 전문화된 개인을 찾고, 그들에게 높은 보상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쌓으려면 수행목표보다는 숙달 목표가 적합하다. 어떤 일을 마스터하려는 태도로 접근하고, 그 능력을 키워나가야 눈에 띄는 자신만의 능력과 감정을 갖출 수 있다. 목표의 성격은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고, 동기를 결정한다. 나는 어떤 목표에 익숙한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대부분의 목표가 성취목표로 작동한다면, 이제는 숙달 목표를 갖고 목표에 접근하는 일을 연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