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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강남 Nov 27. 2024

가난한 엄마가 김장에 매달렸던 이유를 알게 된 날

김장에 미쳤던 엄마

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 많고 가난한 시골집의 막내아들로 자라났습니다. 어머니는 모진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억척스러운 삶을 사셨습니다. 꼬맹이 시절에는 가난보다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이 더 무서웠습니다. 어머니는 1년, 365일 노동과 절약만을 반복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터진 손등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가난을 막아주려 하셨지만 어머니의 억척스러운 삶이 꼬맹이에게는 상처가 되었습니다.

꼬맹이는 44살 중년이 되었고 김장하는 날은  어머니와 타투는 것이 행사가 되었습니다. "엄마, 누가 먹는다고 이렇게 김장을 많이 해. 남들 다 김장하는데 '왜' 나눠주려고 해요. 우리도 좀 적당히 하면서 편하게 살아요." 어머니는 변하지 않습니다. 김장하는 양은 늘어만 났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어머니와 다투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어머니가 존심을 펴는 날이 오늘입니다.   가난한 어머니가 아낌없이 나눔 할 수 있는 날이 오늘입니다. 어머니는 올해도 인부들과 동네 노인에게 김장을 나눠드렸습니다. 못난 꼬맹이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한데도 김장하는 이유를 말이죠. 어머니는 김장에 미쳐있는 게 아니라 모진 가난이 주었던 결핍을 김장으로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꼬맹이는 투정 부릴 시간도 없습니다. 어머니와 몇 번 더 김장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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