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밤11시에 돌아왔다.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나를 보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무슨 일인지 느낌이 왔다. 나의 단짝인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아내에게"후회 없이 마음껏 울어."라고 말해줬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장인어른의 건강이 급하게 나빠졌다. 아내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3일 고비를 넘기시기 힘든 것 같다. 아내는 요양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때는 아내의 경험이 잔혹하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며칠이라는 숫자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지 16년이 지났다. 그때의 슬픔을 기억하고 있어서 아내를 이해하기 좋았다. 내가 7살 때 아버지는산토끼를 잡아서 생일 선물로 주셨고 농사가 풍년이 든 날 부잣집 아이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아내는 몇 살 때 기억으로 장인어른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까.
2024년 4월 15일 23시 55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아내는 7살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장례기간 동안 아내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를 잃어버린 7살아내의손을꼬옥잡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