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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Sep 17. 2023

행복해지기 위한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남들이 깨를 볶는다는 신혼시절, 우리 부부는 지독히도 많이 싸웠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달에 한번 꼴로 싸운 것 같습니다. 한번 싸우면 1박 2일을 내쳐 싸우기도 했습니다. 나이도 취미도 비슷한 남편과 저는 싸우는 방식도 비슷해서 누구 한 사람 뒤로 물러나거나 양보하는 법 없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상황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는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로 '자유'를 꼽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되자 자유를 밀어내고 평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하고 싶은 말도 참게 되고, 하고 싶은 일도 스스로 검열하며 지워왔습니다. 친정 나들이 전 남편 눈치부터 살폈고, 백화점 옷은 가격표부터 확인하며 욕망을 절제했습니다.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은 친구와의 약속도 피하고,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접어버리고 외출을 자제하며 지냈습니다. 


  저뿐 아니라 남편 역시 제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일을 자제했으리라 짐작합니다. 함께 사는데 자신의 욕망만 내세울 수는 없으니깐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는 욕구를 억제하는 습관이 배어버려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스스로 자기 검열에 들어갑니다. 내 자연스러운 감정과 욕구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하고 남편 눈치부터 살피게 됩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불화에 대한 두려움, 다툼이 일어날까 봐 미리 겁을 먹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불화가 두려워 나를 억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감정과 욕구는 억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억압된 채 내재되어 있다가 어느 날 '나는 행복하지 않아'라고 소리치며 이혼이나 졸혼으로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가족의 평화와 내 행복사이에서 균형 찾기를 시작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내 행복을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내 욕구를 검열하는 대신 존중하고 소중히 대해줍니다. 그리고 남편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대화를 시도합니다. 비록 그 대화가 불화를 불러오더라고 기꺼이 감수할 마음을 가집니다. 어쩌면 미리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전 07화 시시비비 따지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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