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월요일 아침
새벽에 늙은 강아지가 계속 낑낑댔다. 깊게 잠들어있다가도 낑그릉 소리를 들으면 바로 몸이 일으켜진다. 한참 등을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같이 잠들었다. 어디가 아팠을까. 요즘 들어 유독 더 굽어보이는 등이 문제려나. 한참 걱정을 했지만 강아지의 숨소리가 다시 편안해지니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병원을 또 가야겠구나.
다시 깬 아침. 눈두덩이에 빛이 닿았다가 거두어지는 속도가 빨라서 보니 얼굴에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아침에 가장 평화롭게 눈 뜨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대로 누워 창 밖의 나무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나무 사이 사이의 햇살이 아름다웠다. 여름의 햇빛과 가을의 햇빛은 어쩜 이렇게나 다를까. 날카로운만큼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가을의 볕이 좋다. 공기도 차가우니 게으름도 덜 피우게 된다. 훅훅 늘어지는 여름 공기보다야 산뜻하다. 사람은 보통 자신이 태어난 계절을 좋아하게 된다고들 하지 않나. 나는 한 여름에 태어났는데 여름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늦가을이 좋다. 서리가 낄듯 말듯한 맑은 가을이.
사치스러운 아침을 보낸다. 가야할 직장이 없으니 시간은 온전한 나의 것. 오늘의 계획을 간략하게 세워두고 창밖의 계절을 마저 즐긴다. 커피를 내렸다. 얼음이 얼마나 남아있나 걱정할 필요 없이, 따뜻하게 내려진 커피 그대로를 호로록 마시고 싶어지는 10월 말은 큰 행복이다. 옷장 정리를 해야지. 겨울은 이제 더 큰 보폭으로 걸어오게 될테니. 코 맹맹한 목소리를 내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곧 눈이 올 것만 같다. 작년, 아직 다 떨어지지 못한 단풍잎 위로 쌓인 흰 눈이 참 아름다웠는데. 기후 위기라지만 그 때문인지, 덕분인지 보게 되는 낯선 아름다움도 있다.
아무튼, 좋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