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말. 공. 략-삼청동 갤러리~경희궁길 성곡미술관

전시 이야기

주. 말. 공. 략 -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 <어윈 올라프 Erwin Olaf>~(경희궁 길) 성곡미술관 <김강용 극사실적 벽돌>(2020. 9.20)


전시 소개를 이렇게 몰아서 올릴 계획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못 보고 지나가면 아쉬울 부분들이 있어 적어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겪은 후라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곳들도 많아졌고 갤러리나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QR코드 본인 확인 없이는 관람이 불가하고 전시장 혼잡도에 따라서 관람인원도 조절하니까 큰 걱정 없이 찾으셔도 될 것 같아요. 공공기관 산하 박물관 미술관이 다 휴업 중이라 그동안 문화적 갈증을 풀지 못한 분들께는 좋은 기회이니 그동안 억눌렸던? 마음들을 미술작품 감상으로 해소해보면 어떨까요? 살짝 선선해진 공기 맞으며 산책도 하시고요.


오늘 알려드릴 전시는 총 7개로 거의 다 부근이거나 도보거리고 각 갤러리 전시 작품도 10여 점 내외라 그렇게 힘들진 않으실 거예요. 성곡미술관 김강용 전시만 좀 떨어져 있는데 볼거리가 풍부하니 그 정도의 수고는 투자할 만하실 거고요.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종료되는 전시가 대부분이라 놓치면 보기 어려우니 꼭~ 이번 주말에 돌아보길 추천드립니다.

한적한 관람과 편한 동선, 조용한 산책을 원하는 분은 제가 적어드리는 순서대로 보면 딱! 좋을 거예요.



1) 공근혜 갤러리 : 어윈 올라프 Erwin Olaf <April Fool 2020>(2020.9.2 - 9.30) - 오픈 10:30 (사전예약 불필요)

공근혜 갤러리 <어윈 올라프> 전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어윈 올라프, 공근혜 갤러리


어윈 올라프 Erwin Olaf(1959 ~)는 네덜란드 대표 사진작가로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죠.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 유통된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Willem Alexander) 왕의 초상을 담고 있는 유로 동전을 디자인했고 그의 데뷔 40주년에는 정부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어요. 이번 전시는 어윈 올라프의 3번째 한국 전시로 코로나 팬데믹을 소재로 만든 최신 연작 < April fool 2020>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가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아픔을 겪고 있는 이 상황이 4월 1일 만우절 장난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우절 2020>을 제작했는데요, 자신의 홈타운을 배경으로 직접 작품 속 인물로 분해, 이 믿고 싶지 않은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을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현재 겪고 있는 상황들을 자신의 감정을 더한 초상으로 기록합니다. 회화톤의 색상과 간결한 오브제, 약간의 메이크업을 더해 공허한 감정을 극대화했는데, 늘 자신의 삶에서 시리즈의 영감을 찾는 작가의 모습과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 와닿을 전시입니다.



2) BARAKAT CONTEMPORARY : 하산 하자즈 Hassan Hajjaj < A Taste of Things to Come>(2020.8.5 - 9.27) - 오픈: 10:00 (홈페이지 사전예약 필수) ********** 위치: 공근혜 갤러리 바로 옆

삼청동 바라캇 컨템퍼러리 <하산 하자즈> 전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바라캇 컨템퍼러리, 하산 하자즈


모로코 라라슈 출생인 하산 하자즈 Hassan Hajjaj (1961~)는 10대 시절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후 사진을 주요 매체로 모로코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 A Taste of Things to Come>은 작가의 포용적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전시로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제작된 그의 대표 연작들을 만날 수 있어요. 사진, 영상, 설치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전시 작품 외에도 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운 갤러리 벽과 바닥의 벽지가 압권인데요,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닌 작품 속 인물로 변화시켜주는 마법을 보여주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죠.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의 혼종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루이뷔통, 구찌, 나이키 같은 유명 브랜드 로고와 접목되어 표현되었는데,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상당히 재밌고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거주지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작품화되어서 꽤 즐겁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채운 압도적인 패턴과 독특한 액자 프레임은 사진으론 담기 어려우니 꼭 현장에서 확인하세요.



3) Gallery DOS : 김은강 Kim Eun Kang <시간의 흔적 Trace of the Hours) (2020.9.16-9.22) 오픈:11:00 (사전예약 불필요) *********** 위치: 바라캇 컨템퍼러리 맞은편

갤러리 도스 <김은강> 전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김은강


도예가 김은강의 <시간의 흔적>은 형상을 빚기 위해 작가가 들인 시간과 노고가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는 전시입니다. 주요 모티브가 되는 동물들은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으로 보이고 친숙한 색채의 표현은 우리가 배워왔던 미술사 속의 여러 유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죠. 매끈하게 만져진 몸통이 아닌 작가의 손짓으로 쌓아 올리듯 층을 내거나 특정 부분에 덧붙여진 모습은 제목 그대로 '시간의 흔적과 축적'을 잘 드러내는 요소이죠. 눈코 입이 구체적으로 조형되지 않아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 동물들이 상상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줄 것 같은 믿음과 환상이 더해져서인데요, 작가는 전시 도록을 통해 "동물의 주둥이가 뚫려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숨구멍을 만들어 주고 싶다. (Trace 2002 목소리)"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어 보다 확장된 해석들도 기대하게 합니다.

거친듯하지만 볼수록 매력 있는 작품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고 작품 판매도 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4) 국제갤러리 K3 : a'strict <Starry Beach> ( 2020. 8.13 - 9.27) 오픈 10:00 (사전예약 불필요, 현장 대기, 방역 시간 체크) ***********거리: 갤러리 도스에서 도보 10분 이내

국제갤러리 K3 < 에이 스트릭트>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에이 스트릭트, K3,


현재 삼청동 일대에서 가장 핫한 전시인 디스트릭트(d’strict)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인 에이 스트릭트(a’strict)의 첫 개인전 <Starry Beach>(2020)입니다. 아마 인증숏을 통해 많이 보셨을 거예요.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6m 높이의 벽을 타고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죠.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초현실적 풍경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꼭 현장에서 경험하셔야 합니다. 뭐랄까, 아주 시원한 여름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랄까? 멋있습니다 압도적이고, 사실적이에요.


참고로, 에이 스트릭트라는 이름은 “디자인은 스스로 갈고닦으며 엄격하게 하되(design+strictly),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de+strict), 예술과 디자인, 기술을 자유롭게 넘나들자”라는 디스트릭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특히 예술 영역에 집중한다는(art+strictly)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 소개 발췌). 9월 25일 ‘ETERNAL NATURE’를 주제로 디스트릭트가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인 “ARTE MUSEUM”이 제주에 개관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5) ARARIO GALLERY : 에코 누그로호 EKO NUGROHO <Lost in Parody> (2020.9.1-11.14) (사전예약 불필요) ************** 거리: 국제갤러리 K3에서 5분 이내

아라리오 갤러리 <에코 누그로호>전 사진 : 네버레스 홀리다 © 에코 누그로호, 아라리오 갤러리


에코 누그로호(1977-, 인도네시아)는 벽화, 걸개그림 등의 매체를 기반으로 조각, 퍼포먼스, 만화책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열린 그의 개인전 <Lost in Parody>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통 자수로 수놓은 신작 17점을 전시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신화와 우화를 바탕으로 한 전통 인형극인 와양(Wayang)에서 받은 영향과 인도네시아의 직물 염색법인 바틱이나 자수와 같은 지역적 기법을 연결해 독자적인 표현 방식을 구축한 작가는 2007년부터 자수 회화 embroidered painting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 기술에 밀려 가치가 점점 퇴색되는 전통 수공업자들에게 예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그들의 기술이 예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 부여가 목적이라고 하죠.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만화적 상상력이 담긴 최대 3m가 넘는 걸개 자수 작품 앞에 서면, 회화 속 장면이 마친 게임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착각마저 들어요.


“평화는 항상 논의되는 주제이지만 실제로 지구 상에 진정 평화로운 장소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조화'를 위한 전략으로 사용한다. 나아가, 나는 피부색과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경계를 짓는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미화되는 과정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분열하기 위해 뭉친다. 우리는 항상 아름답고 예쁜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실행하기 위해 역겹고 지독한 언어를 사용한다. 내가 이 사회에서 소란스럽게 발생하는 일에 관하여 탐구한 작업 일부이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 공동체, 사랑, 평화의 의미에 대하여 함께 웃으며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이 패러디가 재미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 에코 누그로호의 작가 노트 중 (홈페이지 발췌)



6) GALLERY HYUNDAI 신관 : 최민화 <Once Upon a Time>(2020.9.2 - 10.11) (홈페이지 사전 예약 필수) ************** 거리 :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도보 5분

전시 전경 © 갤러리 현대, 최민화


최민화(1954~)는 한국사의 현실을 화폭에 담아내며 예술로서 사회 정치적 모순과 민중의 슬픔을 발언하는 작가입니다. 한국 고대사를 소재로 한 <Once Upon a Time> 연작은 『삼국유사』를 모티브로, 건국신화· 영웅신화· 성장신화 등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표현했죠. 전시 소개에 '작가는 동서양의 신화적 종교적 도상들의 형체와 상징성을 다년간 연구했고, 1년에 1,2회 정도의 배낭여행을 떠나 본 광경을 내면화하며 수많은 드로잉과 에스키스를 완성해 갔으며, 현재 진행형인 <Once Upon a Time> 연작은 동서고금을 대표하는 도상과 색감의 습합, 몇 개의 선만으로 캐릭터의 성격이나 장면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과감한 드로잉 테크닉, '그려진 여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대상과 비워 둔 배경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구성 등의 시각적 특징을 지닌다'라고 적어뒀어요. 그래서 그런지 동양의 신화인데도 너무 이국적이라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환상적인 효과는 더 도드라지지만요.

작가의 이전 화풍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변화된 흐름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7) 성곡미술관: 김강용 <극사실적 벽돌> (2020.8.13 - 9.20) (관람료 10,000원/인, 사전예약 불필요)

성곡미술관 <김강용 : 극사실적 벽돌> 전시 사진: 네버레스 홀리다


김강용(1950 ~) <극사실적 벽돌>은 성곡미술관이 준비한 ‘한국 원로작가 초대전’ 7번째 전시입니다. 회고전답게 작품 구성도 다양하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벽돌은 여러 색으로 변주되어 기분 좋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작가의 ‘벽돌 회화’는 실재의 벽돌을 모사한 것이라기보다 작가 자신의 생각 속에 있는 벽돌을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요, '모래를 화면 위에 고루 펴 바른 후 그 위에 벽돌을 그림으로써, 화폭의 벽돌 회화는 실재 벽돌의 ‘리얼리티’를 품고 있지만 벽돌의 재현이나 그림자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추상적 존재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모방과 복제, 반복과 단순함 속에 수많은 변화가 내재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날카롭지 않고 따뜻해서 보는 눈이 편합니다. 분명 전시장을 걷고 있는데 자연광을 받으면서 산책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각도에 따라 음영이 교차되는 지점은 뒤돌아 서기가 아쉬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연신 사진을 찍게 되는데, 사진 속의 대상은 역시 현실의 작품의 오라를 담아내진 못하더라고요.

전시는 크게 1975년부터 1979년 사이에 제작된 구상 회화 작업, 흙과 모래를 회화의 재료로 도입하여 번지기 기법으로 그린 1999년까지의 회화, 2000년 이후 ‘벽돌 회화’의 조형성 연구에 대한 다양한 작업의 3개의 주제 구성으로 나눠집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전시공간은 성곡미술관을 제외하고 다 삼청동 인근이라 짧게는 10초 길게는 10분 이내 이동거리입니다. 공근혜 갤러리 오픈 시간에 맞춰서 딱딱 내려오면서 보면 동선도 편할 거예요, 역순으로 보셔도 되고요. 화풍이나 매체가 달라서 한 번에 몰아보셔도 피로감이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주말에 다 보기 어려우시다면 성곡미술관 <김강용: 극사실적 벽돌>만이라도 꼭 보길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원로작가의 공력이 느껴지는 회고전이니 만 원의 입장료를 들여도 전시 내용이 좋아서 아깝진 않거든요. 원래 정원과 카페가 예쁜 곳이지만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관계로 개방하지 않으니, 나오는 길에 차 한 잔이 생각난다면 성곡미술관 바로 맞은편 커피스트에 들러보세요.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 맛을 모르지만 제 지인들이 좋아해서 여러 번 가봤어요. 내부가 훤히 보이니 밀집도 확인하시고 이용하면 되고요, 혹시 라바 캐릭터를 좋아하신다면 TUBA 숍도 들러보시고요~



(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QR코드 체크, 사전 방문 예약은 기본입니다. 갤러리나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 영업 종료는 6시이니 시간 꼭 체크하시고요. )






공근혜 갤러리: https://konggallery.com/EXHIBITIONS

바라캇 컨템퍼러리 https://barakatcontemporary.com/ko/exhibitions/20-hassan-hajjaj-a-taste-of-things-to-come/

갤러리 도스: http://www.gallerydos.com/frame/mainframeset.html

국제갤러리 K3: https://www.kukjegallery.com/KJ_exhibitions_view_1.php?page=current&ex_no=226&v=1&w_no=0

아라리오 갤러리: https://www.arariogallery.com/

갤러리 현대 신관 : https://www.galleryhyundai.com/exhibition/view/20000000014

성곡미술관 :http://www.sungkokmuseum.org/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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