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손을 놓고 뛰다
중 2 소녀.
비만으로 고민하던 중 다이어트를 위해 수지침을 맞기로 한다.
추운 겨울, 아파트 단지 내 있는 그곳으로 가려는데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가라고 한다.
아, 짜증나..동생은 5학년 남동생
키도 작고 몸집도 작고 소심한 남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냥 같이 다니는 게 싫다. 혼자가 편하니까.
하지만 엄마의 말씀이니 어쩌랴.
꾸역꾸역 동생과 함께 수지침을 맞으러 갔다.
집으로 가려할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캄캄한 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는데
아파트 단지 울타리 너머로 시커먼 그림자가 비친다.
하나가 밖에서 툭 안으로 뛰어들고
곧이어 또 하나가 밖에서 단지 안으로 뛰어내리기를 여러번..
직감으로 알았다.
피해야 한다.
"동생아, 셋 하면 무조건 뛰어!"
동생 손을 잡고 뛰는데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다다다다 소리와 함께 우르르 검은 그림자가 밀려온다.
"거기 서! 이 새끼들아!"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 소리와 동시에 동생이 그 자리에 서 버렸다
나는 어떻게 했냐고?
뭘 생각해. 동생손을 냅다 버리고 뛰었다.
우샤인 볼트도 놀랐을 뜀박질로 달려가는데 뒤에서는 끝없이 욕설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쏜살같이 달려 간신히 우리집 동으로 들어가는 현관문 불빛을 발견했고 무사히 집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동생은 어떻게 됐냐고?
엄마는 엉엉 우시면서 나와 동생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한참을 찾아 헤메는데 멀찍이서 자전거 한 대가 다가오더니 동생이 내렸다.
내리자마자 나에게 쏟아붓는 분노의 화살
어떻게 손을 놓고 혼자서 도망가?
동생은 두고두고 살아돌아온 안도의 한숨 속에서, 버려진 기억을 되씹으로 나에게 화를 쏟아부었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어쪄랴.
나도 내가 그렇게 행동할 줄 몰랐는데.
솔직히 내가 두려웠던 건 그 놈들에게 돈을 빼앗길까봐서가 아니라, 성폭력을 당할까봐여서였다.
난 아무리 덩치가 커도 여자니까.
그런 사정을 동생한테 말하며 이해를 바랐지만 동생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고3으로 보이는 그 형들이 뭐했는지 알아?
야, 니 형 치사하게 혼자 내빼냐? 그러더라구
난 혼자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