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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May 09. 2024

3. Hello My New Typewriter

첫 타이핑

직장을 갖고 돈을 모으게 되면서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며 부족했던 추억을 채웠데  아이의 행복과 육아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나의 도장 깨기는 잠시 잊게 되었다.


2020년 11월

내 생일을 앞두고 나는 무조건 타자기를 하나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 나는 타자기를 많이 좋아하게 될 게 분명했다.


설레는 맘으로 '타자기'를 검색했더니 '타자기 사용자 모임'이라는 타자기 카페가 하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타자기 사용자 모임 이라니!   카페이름만 봐도 두근두근 했다.


열심히 게시글을 볼 수록 눈만 높아져 안 되겠다 일단 하나 먼저 사보자! 하는 마음으로 중고나라에서 택배 가능한 하얀색 영문타자기를 구입했다. 갑자기 타자기를 샀냐 물으면 '영어 공부하려고'라는 비루한 변명을 해야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 속 나의 첫 타자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크고 묵은 먼지 냄새가 나서 실망했다. 타자기 카페에서 본 대로 케이스를 열어보니 내부에 먼지와 머리카락 등등 지저분한 것들이 많아 물티슈와 면봉, 알코올스압 등으로 보이는 곳은 최대한 열심히 닦고 미리 주문해 두었던 새 리본(타자기용 잉크)을 교체했다. 리본 교체 방법은 유튜브에서 타자기 리본 교체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했는데 이런 간단한 것도 처음 해보니 너무 어게 느껴졌다.


지저분한 타자기를 닦으며 생각보다 큰 크기에 실망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드디어 내 타자기를 맘껏 타이핑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흥분만 남았다. 어떤 글을 제일 먼저 타이핑해 볼까!!!!


타자기 각 부분의 명칭과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고 나는 서둘러 첫 타이핑을 준비했다. 빨리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 내가 글쇠를 누르면 활자가 움직이며 종이에 바로 인쇄가 되던 그 순간을, 그때의 설렘을  다시 만끽하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  '쇼생크 탈출'  주인공 앤디가 레드에게 보낸 엽서 속 한 구절이 떠올랐다.


바로

테이블 위에 타자기를 올리고


차락

종이 한 장을 끼워서 둥글대 손잡이를 돌린다.


드륵 드르륵

종이가 둥글대를 한 바퀴 지나 올라온다.


드르륵 탁

줄바꾸개를 움직여 첫 글자를 인쇄할 준비를 한다.



타닥

타닥타닥






새로운 타자기를 만날때마다  타이핑은 앤디의 편지가 되었다.


Hello My New Typewri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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