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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May 15. 2024

5. 어서 와! 한글타자기는 처음이지?

TYPO IS MY BEST FRIEND

(연재하고 있는 이전 글을 읽고 오시면 더 좋아요 :)


두 번째 타자기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다.


사진만 보고 택배가 가능하다는 것 하나로 구입한 첫 번째 타자기의 단점은 포터블 타자기인데도 크고 무거웠다.


미취학 두 아이가 있는 집이라 안 그래도 잔짐이 많은데 크고 무거운 타자기는 더욱 짐스럽고 옮기기 불편해서 시간 날 때마다 테이블에 옮겨서 짧게 치고 싶었던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글 타자기면서 크기가 작아야 했고 수납하기 편하게 케이스 일체형인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외국 브랜드의 타자기는 그저 로망일 뿐 적당히 취미로 타이핑할 정도의 부담 없는 것이 무엇일지 타자기 사용자 모임이라는 카페의 글들을 읽고 또 읽었다. 나에게 맞는 타자기는 어떤 것일까!!


검색하다 보니 한글타자기는 자판 배열에 따라 두벌식, 세벌식, 네벌식, 다섯벌식이 있는데   정부 표준자판은 4벌식, 후에는 2벌식 타자기였기 때문에 시중에 2벌식과 4벌식 타자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한글의 기계화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책  '한글과 타자기' - 김태호 저, '공병우 자서전'- 공병우 저)


국내 회사에서 나온 한글 타자기 중에 가장 작은 것은 경방 Clover 302 DLX였다. 그보다 아주 살짝 큰 것은 707 DLX, 747TF가 있었는데 7시리즈는 내가 원하는 대로 케이스 일체형이었고 302 DLX는 일체형인 것도 있고 가죽으로 된 케이스도 있었다.  그리고 크로바 302, 7시리즈는 4벌식 타자기였다.


 2벌식, 4벌식의 자판배열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사실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이해가 잘 안 됐다) 작고 수납이 편한 타자기가 첫 번째 조건이었기 때문에 나는 두 번째 타자기를 Clover 747TF로 골랐다.


짜잔!  


일체형인 케이스를 제거한 상태이고

케이스를 끼운 상태에서 높이는 약 10센티

가로세로 32 ×29 정도의 콤팩트한 사이즈이다.

같은 7시리즈인 707 DLX와 다른 점은 빨간색 키(Tab, Fast Repeater) 키가 추가되어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타자기의 사용은 영문 타자기의 사용보다 훨씬 어렵고 익숙하지 않으면  오타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 짧은 문장 하나를 완벽히 치기 위해 몇 번이나 연습해야 했다.


영문타자기는 알파벳을 그저 나열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 오타가 생겨도 읽기 전에는 실수가 티 나지 않지만 모아쓰기인 한글은 오타가 생기면 모양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도 너무나 확연히 티가 나게 된다.


그래서 한글 타이핑 할 때에는 집중하고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게 되는데 머리와 눈, 손의 협력운동이라 치매 예방에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타자기의 기계적인 결함으로 오타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서서히 실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Typo is my best friend!'라는 마음으로 타이핑 결과물보다는 타이핑하는 순간을 즐기기로 한다!




한글 타자기로 타이핑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취미생활이었지만 영문타자기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원고지 모양 종이에 타이핑을 하면 이 종이 한 장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되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 구입한 타자기 리본(잉크)이 검정과 빨간색 두 가지 색상이었는데 그래서 받침 색깔이 다르게 인쇄되는 것이었다.


(타점 정렬을 하면 한글 타자기도 색 간섭 없이 양색리본 사용이 가능하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한 페이지를 타이핑해 보면서 그 문장들을 다시 깊게 생각하는 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즐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타자기에 빠진 지 불과 서너 달 만에 타자기를 4대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수동타자기 사용자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며 '타자기는 타자기를 낳고 그 타자기는 또 다른 타자기를 낳고' 현상이 라고 불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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