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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Aug 14. 2021

교사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

1. 사탕 하나에도 기뻐하는 얼굴을 볼 때


  누구나 한 번쯤 택배 박스를 뜯으면 물건과 함께 딸려오는 알사탕과 손편지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깜짝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귀찮다'. 어느 정도 근사한 선물이 아니면 시시하게 느껴진다. 그런 무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투자에 성공하거나, 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승진하거나 하는 '굉장한 성취'가 아니고서야 기쁨의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방탄소년단 영상을 볼 때 흐뭇한 미소가 나오곤 하는데 찰나의 순간일 뿐 영상이 끝나면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별 일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불만이 늘어나는 건 '코로나가 끝나면 다 해결될 거다'라고 위안을 삼아도 우울한 감정이 이따금씩 고개를 들고 내민다. 


  이럴 때 사탕 하나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나를 무디게 만들었던 감정의 벽이 허물어지는 걸 느낀다. 고작 사탕 하나일 뿐인데 소리를 지르며 기뻐한다. 심지어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우리 팀이 이겼다고 하면 원숭이 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들고 방방 뛰어다닌다. 귀여운 녀석들. 


    하루는 우리 반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어제 새로 산 필통이 마음에 쏙 들어서 나에게 꼭 자랑을 하고 싶다며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고작 필통 하나 가지고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작은 것에도 뛸 듯이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까지 회춘하는 하는 느낌이다.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교사들은 말이야. 퇴직하지 않고 계속 일한 교사가 덜 늙더라고. 물론 문제아를 맡으면 골치 아프긴 한데 결국엔 애들 덕분에 젊어지는 것 같아. 참 좋은 직업이야. 그렇지?"








2. '선생님이 좋아요'는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은 감정표현에 참 솔직하다. 평생 들어볼 '사랑해요.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몇 년 안에 다 들어본 것 같다. 교사가 아니었다면 절대 들어보지 못했을 고마운 말들이 항상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준다. 자리를 잠깐 비웠을 때 책상 앞에 놓여있는 사랑의 쪽지엔 내 얼굴이 공주처럼 그려져 있다. 컴퓨터실에서 코딩 연습을 시켰더니 남학생 한 명이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문구를 띄워놓고 내가 문구를 확인하길 빤히 기다리고 있다. 시크한 6학년 교사로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를 믿고 따라주는 아이들에게 항상 고맙다. 


  이따금씩 나를 믿고 부모님에게 차마 터놓지 못하는 연애상담이 들어올 때가 있다. 이별의 아픔에 허우적대는 아이에게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복수를 해주자고 파이팅을 외친다. 수업 중에도 느껴지는 삼각관계 전선은 보는 이마저 흥미진진하게 한다. 결국엔 모든 아픔을 딛고 정말 멋진 중학생이 되어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 기특함이 벅차오른다. '선생님, 덕분이에요.'라고 꾸벅 인사하는 제자에게 시크한 척 '빨리 공부해야지 찾아오지 말라고' 돌려보낸다. 이게 바로 교사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3. 나의 작은 재능이 아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때 


  아주 사소한 나의 작은 재능도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다가오곤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미술을 정말 싫어했던 아이들도 연습장에 끄적끄적 만화를 그린다. 코딩이 인기가 없던 시절, 로봇을 대여해서 조립하게 했더니 진로를 코딩으로 바꿔버린 학생도 있다. 교사가 아니었다면 단순한 취미에 불가했을 아주 나의 작은 재능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영감이 되는 기적이 나타난다. 비록 나는 대단한 교사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이름을 날리는 유명 강사도 아니지만 우리 반 안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4. 스승 같은 동료 교사를 만났을 때 


  나보다 뛰어난 동료를 만나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실수를 달고 사는 나를 위해 순식간에 틀린 오타를 찾아 고쳐주는 부장님, 항상 엄마처럼 따뜻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 수업연구에 매진하여 박사학위를 받으신 선생님, 발명 교육 분야의 대가로 불리는 선생님, 힘든 돌봄 업무를 맡아도 힘든 티를 내지 않는 돌봄 부장님, 학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급운영 팁을 알려주시는 선배 선생님, 오늘도 아침 안 먹고 왔냐며 호떡을 손에 쥐어주시는 옆반 선생님.


  수업연구든 업무역량이든 인성교육이든 개인의 성장이든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항상 넘친다. 이 모든 것이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덕분이 아닐까.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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