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작문 Free Composition
태풍이 오기 전 바람 부는 고요도
계절이 될 수 있다면
나와 함께 맨발로 한 철을 보내주겠니
그런 날이면 모두 귀가 먹고
우리는 마음껏 비명을 지를 수 있을 거야
상냥함에 병든 너에게
이웃들은 자꾸 손을 빌려달라 조르고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다독여주지 못했잖니
그날엔 어설픈 악수를 하자
처음 닿는 온기에 놀라
영영 끝나지 않을 인사를 나누고
너를 별로 띄우는 작은방의 시간들
그건 가장 캄캄한 계절
차가운 몽사가 서리처럼 내린다
이대로 눈이 멀어버리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이곳에서
모든 건 점으로 그쳐버리잖니
Fin.
* 눈이 올 때마다 풀기로 했던 계절에 기대어 쓴 시.
* 기억이 맞다면 이 시가 제가 맨 처음 썼던 아이입니다. 시를 쓰면 여전히 저의 가장 여린 살이 드러난다고 느낍니다. 말랑말랑. 뒤죽박죽. 지금이야 서슬퍼런 자리들도 생겼다지만, 이땐 참 대책없이 다정하기만 했어요. 누가 괴롭혔냐 정말.